서울 은평구 일대에서 출몰하던 '러브버그'가 북한산 정상까지 새까많게 뒤덮으며 등산객들을 까무러치게 만들고 있지만 국립공원측은 '익충'인 러브버그에 대한 화학적 방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등산객 A씨는 지난달 29일 소셜서비스(SNS)에 "어제 북한산에서 러브버그 떼를 경험했다"는 글과 함께 한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 속에는 북한산 바위에 러브버그 떼가 새까맣게 뒤덮여 있었고 이를 촬영하는 A씨의 몸과 옷에도 달라붙었다. 그는 "이건 한국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등산객 B씨도 SNS에 벌레로 가득 찬 사진과 함께 "웬만해서는 벌레를 안 무서워하는데 태어나서 본 벌레 중에 제일 많다"며 "백운대 정상에 정말 가득하다"고 했다.
일명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파리목 털파리과로 암수가 쌍으로 붙어다녀 이같은 별칭이 붙었다. 꽃의 수분을 돕는 등 생태계에 도움이 되고 사람을 물지도 않는데다가 독성도 없고 질병도 옮기지 않아 익충에 가깝지만 생김새가 혐오감을 주고 건물 내부, 창문 등에 떼로 출몰하는 경우가 잦아 방역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주말 사이 북한산을 방문한 등산객들과 이를 본 누리꾼들은 목격담과 사진을 공유하며 "이게 우리나라가 맞냐", "등산갈 계획을 바꿔야겠다", "작년에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는데", "익충도 이만큼 모이면 해충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방역을 해야하지 않겠냐"라며 방역 필요성에 대해 묻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공원공단은 SNS를 통해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며, 짧은 생활사로 인해 7월 초 이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방제 및 생물학적 방제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브버그 대발생 원인을 두고 심층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출몰한 원인을 최근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오르면서 땅 속 유충이 성충으로 탈바꿈하기 적절한 환경이 북한산을 중심으로 갖춰진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수풀이 있거나 낙엽이 쌓인 환경을 서식지로 선호한다"며 "해당 지역에 산란하기 좋은 장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하고 한 번에 200∼300개 알을 낳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다. 사랑벌레는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저하돼 서서히 자연 소멸한다. 또 날개가 약해 직접 비를 맞으면 비행을 하지 못해 죽는다.
구청과 보건소 등은 사랑벌레가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우선 방충망을 정비하고 물에 약한 사랑벌레 특성상 벌레가 많이 붙은 곳에 분무기 등으로 물을 뿌리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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