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죽여야 했나?"...암사자 '사순이' 사살 놓고 며칠째 '와글와글'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6 17: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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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사순이'가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를 탈출했다가 1시간만에 사살된 경북 고령군의 암사자 '사순이'의 죽음을 놓고 며칠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14일 소셜서비스(SNS)에 사순이의 소유주인 목장주의 말을 인용해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랐다"면서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가 끝난 상황이고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숙고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사순이가 우리를 빠져나간 것은 지난 14일 오전 7시24분 무렵. 당시 경북 고령군 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목장 주변을 수색한지 20여분만에 숲속 그늘에 가만히 앉아있는 사순이를 발견했다. 사순이는 그 자리에서 20분 이상 멍하니 앉아 휴식을 취했을 뿐 도망치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국은 마취총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도주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살을 결정했고, 고령의 암사자는 탈출 1시간10분 만에 총에 맞아 숨졌다.

환경부의 '동물 탈출시 표준 대응 메뉴얼'에 따르면 탈출 동물이 원래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위험 정도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나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으로 서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북부, 인도 등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아있는 개체수는 250마리 미만으로 추산됐다. 사순이는 2008년 경북 봉화군에서 고령군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살았다. 다만 목장 소유주가 바뀌면서 현재 소유주가 기른지는 2년가량 됐다.

법적으로 멸종위기 동물은 동물원 등 전시 목적으로만 사육할 수 있다. 하지만 사순이가 국내 사육되기 시작한 20년 전에는 관련법이 마련되지 이전이어서 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사람이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던 사순이가 우리를 탈출한 것이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사순이의 우리는 더위를 피할 데가 없는 시멘트 바닥이었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주인이 실수로 제대로 문을 잠그지 않은 문 틈으로 나와 그늘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카라는 "탈출 후 목장 바로 옆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 아래에 몸을 뉘여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정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발견되고 얌전히 있었는데 왜 바로 죽여버렸나", "목장주가 우리로 데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성급한 대처가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 지역 환경청의 관리·감독과 대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 등의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순이 목장주는 "지난해 소를 방목해 키우려고 목장을 인수했는데, 와서 보니 사자가 2마리 있었고 수사자는 인수 전에 죽었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청에 사자 처리를 문의하며 동물원에 기부나 대여를 요청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나면 동물원의 다른 사자가 죽는 등 우려로 다들 거부했다"면서 "직전 주인도 처분하고 싶어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목장주도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카라는 "사순이처럼 개인이 불법 혹은 사각지대에서 기르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동물들, 김해 부경동물원의 사자 '바람이'처럼 부적합한 전시시설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동물들의 고통과 국민들의 안전 위협을 우리 사회가 아슬아슬하게 감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대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 등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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