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찢어지지 않는 고분자 탄성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분자 탄성소재는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생물체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에 많이 쓰이는 소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강지형 교수연구팀은 고분자 탄성소재의 기계적 물성과 자가 치유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고분자 설계법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직접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전자소자나 움직이는 소프트 로보틱스같은 차세대 전자기기에는 단단하면서 잘 늘어나고 스스로 복구되는 성질을 가진 고분자 탄성소재가 필요하다. 자가 치유 고분자는 특정 형태의 결합으로 자가 치유 특성을 가지게 되지만 이로 인해 고분자 소재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 치유되면서도 튼튼한 소재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강지형 교수팀은 고분자 결합에 음이온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단독 음이온 구조일 때보다 다중 배위 방식의 음이온을 혼합했을 때 고분자 소재의 탄성과 자가 치유 효율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는 두 음이온을 의도적으로 섞었을 때 기존 소재보다 강성이 3배 향상되는 동시에 자가 치유 효율성도 향상됐다는 것이다.
단백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배위 결합을 기반으로 한 자가 치유 고분자는 금속 양이온과 고분자내 유기 리간드가 가교 결합을 형성하고 전하 균형을 위해 음이온이 근처에 존재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음이온이 배위 결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분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5가지 음이온을 선별해 배위에 참여하는 음이온, 배위에 참여하지 않는 음이온, 둘 이상의 배위 방식을 가지는 음이온, 총 세 카테고리로 분류했으며, 이들이 거시적 고분자 물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배위에 참여하는 음이온은 고분자의 탄성율을 높이지만 소재가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게 하는 연신율을 감소시키는 반면 배위에 참여하지 않는 음이온은 낮은 탄성율과 높은 연신율을 부여한다. 둘 이상의 배위 방식을 가지는 음이온은 응력 완화 메커니즘의 다양화를 이끌어 높은 탄성률과 상대적으로 높은 연신율을 부여한다.
강지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양날의 검과 같은 관계를 갖는 탄성 고분자 소재의 기계적 성질과 자가 치유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했다는 것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잘 찢어지지 않는 자가 치유 연성 고분자의 설계 및 합성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 차세대 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박현창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8월 19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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