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목표·공적금융·바이오매스가 원인
한국의 기후대응 순위가 산유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꼴찌 수준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 기후평가기관인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가 각국의 기후대응정책을 평가해 8일(현지시간) 공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64위를 기록해 '매우 저조함'으로 평가됐다.
CCPI는 전세계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3개국과 유럽연합(EU)의 기후대응을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에너지 사용 △기후정책 4가지 부문으로 나눠 평가 순위를 산출했다. 평가 결과, 지난해처럼 올해도 '1.5℃ 목표'에 부합하는 조처를 취한 국가는 단 한곳도 없어 1~3위는 비어있다.
가장 높은 순위인 4위를 차지한 국가는 덴마크다. 한국은 64위를 차지했다. 1~3위가 비어있으니, 64개 평가대상 가운데 끝에서 네번째다. 한국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국가는 달랑 3곳으로, UAE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산유국이다. 산유국들은 기본적으로 화석연료와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있으니,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사실상 전세계에서 꼴찌나 다름없는 셈이다.
한국이 낙제점을 받은 이유는 3가지로 꼽힌다. 우선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확정한 '제10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서 줄어든 재생에너지 목표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기존 30.2%였던 재생에너지 목표는 21.6%로 낮췄다. 또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을 또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인 가스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둘째로 석유와 가스에 공적금융이 계속 투자되고 있다. 지난 2019~2021년 우리나라 해외 석유 및 가스사업 지출은 71억4000만달러로, 전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마지막으로 국내 바이오매스 사용률에 대한 지적이다. 산업자원통상부와 산림청의 바이오매스 지원정책에 따라 지난 10년간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42배 폭증했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전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산림파괴와 생물다양성 손실로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수단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오매스는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높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고 있다.
기후솔루션 김주진 대표는 "한국은 10위를 웃도는 세계 경제 강국인 동시에 세계 7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기후위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기후 의제로도 한국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주도적인 역할로 나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돕고, 공적 자금의 화석연료 투자를 끝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적금융의 역할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7위를 한 인도는 상대적으로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과 에너지소비량이 낮고,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석탄발전 의존량이 많고 가스발전도 많이 할 계획하면서 51위로 평가됐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소법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모든 부문에서의 기후 친화적 정책이 구체적으로 갖춰지지 못해 5단계 하락한 57위를 기록했다.
석유와 가스 최대 투자국인 일본은 기후대응의 일환으로 녹색전환(GX, Green Transformation) 정책을 도입했지만 탄소포집 및 저장(CCS), 암모니아 혼소 등 기술적 대안을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8단계 내려앉은 58위를 기록했다. 최근 기후정책이 후퇴했다고 평가받는 영국은 지난해 11위에서 9단계 아래인 20위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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