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후위기 책임을 비용으로 계산해보니 약 5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폐막을 앞두고 기후솔루션이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윤을 벌어들인 기업과 이런 메커니즘을 뒷받침한 정부의 책임 가운데 한국의 부분을 계산한 브리프를 12일 발간했다.
이 브리프는 마르코 그라소(Marco Grasso)와 리처드 히드(Richard Heede)의 기후책임 정량화 방법론을 한국 배출량 데이터에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기후책임이 최소 517조7704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후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등에 2025~2050년까지 매년 약 19조9100억원에 가까운 배상액을 내놔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7%, 세계 9위에 달하는 1만5466MtCO2e(이산화탄소환산 백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브리프에 따르면 한국기업들은 세계 기업의 부채액 23조달러(약 3경270조3000억원) 가운데 278조6073억원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6367MtCO2, 국내 전체 배출량의 약 56%를 차지했다. 기준은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 데이터가 도입된 2011년~2020년까지의 배출량이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의 기후부채가 자회사 포함 총 174조9504억원으로 가장 컸다.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이 각각 2위~6위로, 이들을 포함하면 한전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57%에 기여하고 한국 배출량의 약 32%를 차지한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가 약 64조1882억원으로 가장 큰 기후부채를 안고 있었다. 현대제철의 기후부채는 약 17조7748억원, 포스코에너지는 약 8조4574억원, 에스오일이 7조100억원, 삼성전자는 6조9587억원에 달했다.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GS칼텍스, LG화학, 쌍용양회공업, SK에너지, 현대그린파워가 추가됐다. 상위 10개 기업 모두 정유회사와 화석연료 기업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총 70조달러(약 9경2085조원)로 추산됐다.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자 전 유엔기후변화 특사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기후피해에 대한 기여도를 명확하게 측정하지 않는다면 책임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보고서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긍정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분석이 기후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논의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한국은 지금까지 생각해온 이상의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COP28에서 출범한 손실과 피해 기금 논의에도 보다 주체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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