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카카오게임-위메는 '울고'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게임사는 넥슨과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으로 꼽혔다. 특히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넥슨은 역대 최대실적을 거뒀다.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0% 성장한 3조9323억원, 영업이익은 30% 늘어난 1조2516억원을 거뒀다.
호실적의 기반은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던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FC온라인 등에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한 데다, 지난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더 파이널스·메이플스토리M 중국서버·블루아카이브 중국서버 등이 흥행을 거둔 결과다. 여기에 최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판호 획득으로 올해도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넥슨의 실적 향상은 글로벌 시장을 노린 장르와 플랫폼 확장도 한몫했다. 지난해 6월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에서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는 참신한 게임성으로 글로벌 판매량 300만장을 돌파했고, 더 게임 어워드 등 공신력있는 게임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출시된 하이퍼FPS(1인칭 시점 슈팅게임) '더 파이널스'도 동시접속자 26만명을 달성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이같은 다변화 전략으로 넥슨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지난해 4분기에만 매출이 78% 껑충 뛰었다.
크래프톤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1조9106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7680억원, 당기순이익은 5941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약 2.2%, 18.8% 상승했다. 신작은 없었지만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의 꾸준한 흥행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PC·콘솔 부문 매출은 2022년보다 37% 늘었고, 각종 인게임 이벤트와 패스 상품을 통해 12월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연중 저점 대비 70%까지 늘었다.
특히 재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 서비스가 효자노릇을 했다. BGMI는 2021년 출시해 초기 흥행에 성공했지만 2022년 7월에 돌연 인도 앱마켓에서 차단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 인도와 중국간 국경분쟁이 빚어진 상황에서 해당 게임개발에 중국 텐센트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10개월만에 차단이 해제돼 재출시하면서 한달만에 다운로드 1억5000만건을 달성하고 매출 1위에 등극했다. 이 덕분에 12월에 역대 최대 월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지적재산(IP)에만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딩컴 모바일, 프로젝트 블랙버짓, 서브노티카2 등의 신작을 준비중이다.
네오위즈도 신작 흥행에 성공하며 연간 매출 365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4%, 62%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4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2% 증가했다.
네오위즈는 각각 지난해 9월과 11월에 출시한 PC·콘솔 신작 'P의 거짓'과 '산나비'의 글로벌 흥행 성공과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한 '스컬', 스테디셀러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의 약진으로 4분기 PC·콘솔 게임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613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모바일 게임 부문 매출은 361억원으로 3분기에 비해 32% 하락했지만 주요 라인업인 '브라운더스트2'가 12월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이용자 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힐링 방치형 게임 '고양이와 스프'가 중국 판호를 발급받아 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하고 있어 올해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겪던 넷마블은 길고 긴 적자의 터널을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손실도 크게 줄었다. 넷마블의 2023년 매출은 2조5014억원, 영업손실은 696억원을 기록해 적자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6649억원, 영업이익 17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흑자전환 일등공신은 지난해 9월 출시돼 2개월만에 매출 550억원을 기록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다. 이에 더해 유명 웹툰 '신의 탑' IP를 활용한 '신의 탑:새로운 세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흑자전환에 기여했다.
넷마블은 이번 상승 기세를 놓치지 않고 올해 상반기 PC 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과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레이븐2', '킹 아서:레전드 라이즈' 등 신작 4종과 중국 출시작 1종을 포함한 총 5종의 게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으로 실적이 하락해 넥슨과 크래프톤, 넷마블이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엔씨소프트의 2023년 매출은 1조77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8% 줄었고, 영업이익도 1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75%나 급감했다.
2022년 '리니지W'의 글로벌 출시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비슷한 형태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난립으로 주력게임인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간 매출의 67%를 차지한 모바일 게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나 급감했다. 이에 더해 연말 출시된 유일한 신작인 '쓰론 앤 리버티'(TL)의 성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온 영향으로 올 1월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8만원까지 급락했고, 증권업계에서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리며 쇄신과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 개척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올해에는 TL의 글로벌 서버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규 IP인 '프로젝트 BSS', '배틀크러쉬'의 개발이 진행중이다. 또 게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이브 IP의 이용자 기반 확대, 신규 IP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며 경영 및 의사 결정 체계의 효율성 신장,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노력 확대 등 내실을 다질 방침이라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도 간신히 '연매출 1조원' 선은 지켜냈지만,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매출은 1조241억원, 영업이익은 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8%, 57.7% 감소했다.
주요 라인업인 '오딘:발할라 라이징'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출시했던 신작 '에버소울',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흥행세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글로벌'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에버소울', '프로젝트V', '가디스오더', 'R.O.M'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며 이후로도 대부분의 신작들을 글로벌 론칭을 목표로 개발할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매출액 약 6072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약 1126억원, 당기순손실 약 2096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주요 라인업인 '나이트 크로우'의 국내 흥행과 '미르의 전설 2,3'의 중국 라이선스 계약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31% 증가했다. 또 블록체인 플랫폼 매출도 전년 대비 큰폭으로 증가해 약 94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용자와 거래금액 모두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나이트 크로우의 흥행으로 인해 개발사 매드엔진에 지급한 수수료가 1000억원 증가한 영향과 늘어난 인건비로 인해 영업손실은 더 커졌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실적 반등을 예고했다. 그는 "2024년에도 위메이드는 유틸리티 코인 위믹스의 쓰임새를 보다 확대해 편의성, 대중성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라며 "지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매출의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의 글로벌 서비스 출시 및 신작 게임 개발과 최근 중국 판호를 발급받은 '미르4', '미르M'의 중국 출시, 위믹스 3.0 기반 플랫폼 서비스 대중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블록체인 플랫폼 확대를 위한 아랍 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 공략 파트너십 체결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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