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일일이 꿰매지 않고 밴드처럼 감아주기만 하면 절단된 신경을 이어주는 '신경봉합 패치'를 개발했다.
손동희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와 신미경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박종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실제 피부 구조를 모사해 강력한 조직 접착력을 보유한 패치형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외상성 절단 환자의 조직 재건을 위해서는 수술을 통해 뼈, 신경, 혈관 등 다양한 조직을 연결하는 봉합술이 필요하다. 특히 절단된 신경을 연결하기 위해선 머리카락보다 얇은 의료용 봉합사로 신경 외피를 바느질해 꿰매야 한다. 숙련된 의사도 신경 1가닥을 연결하는 데 10분이 걸릴 정도로 정교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피부 괴사를 막고 봉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최대한 빠른 봉합술이 필요한데, 신경까지 봉합하려면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성공률이 달라진다.
외상성 절단 외에도 신경염증이나 종양의 절제, 장기이식 등 다양한 수술 과정에서 신경봉합술이 필요하다. 최근 절단된 조직을 붙이기 위한 수많은 조직 접착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기계적 탄성도가 매우 높은 신경 조직에 사용하기에는 접착력이 낮아 여전히 신경봉합술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여러 층으로 이뤄진 피부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외부는 질기지만 내부로 갈수록 부드러운 조직으로 구성된 패치를 개발했다. 패치 주요 소재로는 외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자가치유 고분자와 우수한 조직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하이드로젤을 사용했다. 자기치유 고분자의 물성을 조절해 탄성 고분자와 점탄성 고분자, 접착 하이드로젤을 단계적으로 배치, 점탄성 고분자가 응력을 흡수하고 탄성 고분자가 복원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강한 접착력을 구현했다. 응력이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힘에 의해 물질 또는 물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압력이나 반발력이다.
이렇게 개발된 패치는 밴드처럼 간단히 신경을 감아주는 방법이므로 비전문가도 1분 내외로 봉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인체와 유사한 실험 모델을 통해 패치의 성능을 검증한 결과, 신경조직 재생 및 근육의 기능성 회복정도가 봉합사를 이용한 방법과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으며, 기존의 봉합사를 완전히 대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영장류 모델 검증에서 손목 신경을 절단한 후 패치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봉합했고,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되었음을 1년에 걸쳐 확인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패치의 우수한 접착력 덕분에 신경이 5㎜가량 손실된 상황에서도 신경 봉합이 가능하며, 이식할 신경 조직이 없어도 신경을 연결할 수 있었다"면서 "해당 패치에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단백질 분자를 추가해 조직재생도 촉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신경봉합술은 신경 염증이나 종양의 절제, 장기 이식 등과 같은 수술에도 필요하므로 의료 현장에서 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에 1월 26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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