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은 휴학하고 교수는 사직하고?...의대증원 '갈등' 파국으로 치닫나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4 17:18:46
  • -
  • +
  • 인쇄
▲의료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지난 13일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의 32.2%인 6051명이 휴학계를 제출한데 이어, 전국 주요 대학교 의대교수들도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오는 15일 집단사직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부의 사태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을 요구하며 교수 430명의 집단사직을 예고했다.

14일 협의회를 결성한 동아대 의대교수들도 "선배 교수로서 제자들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를 다하고자 앞서 와해했던 교수협의회를 재건했다"며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 제자들이 학교와 병원에서 학업과 수련에 정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 의대교수회 비대위도 전체 교수 176명 가운데 89.4%인 123명이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제제가 있으면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충북대 의과대학과 충북대병원 교수 160여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지난 13일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사직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90여명 교수 대다수는 정부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사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상국립대학교 의대교수들도 지난 13일 비대위 총회를 열고 집단사직을 결의했다.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오는 15일 낮 12시30분께 제주대 의전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중보건의와 군의관까지 투입했지만 별다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된 의사 상당수가 비필수과 전공의거나 일반의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학생들의 휴학행렬이 늘어나고, 의대교수들까지 집단사직하게 되면 의료현장은 말그대로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의료공백에 따른 피해는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의 손실로도 이어지고 있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수술 환자가 절반 이상 줄어 하루 1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자 간호사와 직원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대전성모병원은 14일부터 외과와 정형외과, 부인과 병동을 통합 운영하고 건양대병원도 주로 경증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계 병동 3개를 폐쇄했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이달부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아 110명이 순차적으로 휴가에 들어갔다. 대구가톨릭병원은 오는 15일부터 병동 2개를 통합하고 또다른 병동 2곳은 병상수를 줄이기로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입원 병상 가동률과 수술 건수가 기존의 30∼50%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비응급 수술 일정을 일부 연기하며 응급, 중증, 암 환자에 대한 수술을 중심으로 근무 중인 의료진을 투입 중이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경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직 전공의들에게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받는 한, 일반의로서 개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국 33개 의대교수협의회에 이어, 전공의와 의대학생, 수험생 등도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증원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교수협의회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의 신문은 14일 진행됐고, 전공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의대증원 문제는 의료공백에 이어 법정싸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