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韓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K문학' 세계 우뚝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1 10: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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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사진=연합뉴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54) 작가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여겨지는 노벨 문학상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이 밝힌 선정 기준에 따라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차례 수여됐으며, 상을 받은 사람은 121명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한강은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소설로 유명한 한승원 작가의 딸인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오면서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한 뒤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습작을 하기 시작해 그해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강은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다.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는 등 시와 소설 아동문학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작품활동을 했다.

그동안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 문학상을 받았으며,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문학에서의 탁월한 성취와 예술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삼성호암상 예술상도 수상했다.

한강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처음 널리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2016년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집 '채식주의자'(영어판 제목 The Vegetarian)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처음 연재된 연작소설로, 국내에서는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관련서 주문이 폭주하면서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 서점 사이트가 한때 마비됐다. 미국에서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채식주의자'가 문학소설(Literary Fiction)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소년이 온다'는 아마존의 같은 부문 베스트셀러 27위이자 미스터리·스릴러 부문의 편집자 추천작(Editors' Picks)으로 선정됐다.

한국 작가 최초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전세계 시선도 일제히 쏠렸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AP, AFP, 로이터 등 외신들도 일제히 집중 조명하며 긴급 뉴스로 보도했고 유럽 언론들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중남미 주요 언론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온라인판 주요 기사로 다뤘고, 일본 언론은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의 작품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강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영국 문학상 부커상 측은 "엄청난 소식"이라며 수상을 환영했고, 미국에서 한강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랜덤하우스 계열 호가스 출판사도 인스타그램에 한강 작가의 사진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프랑스어로 펴낸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Grasset) 측도 기쁨을 표현했다.

문학계는 "한강의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라며 함께 축하했다. 소설 '파친코'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 등 유명 작가의 축하 메시지도 잇달았다. 한강의 고향인 광주·전남 지역사회와 제주4·3 관련 단체들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환영했다. 

이와 함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7)도 주목받고 있다.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운 지 3년 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접했고, 이후 번역은 물론 출판사 접촉, 홍보까지 도맡았다. 우선 '채식주의자'의 첫 20페이지를 번역해 영국 유명 출판사 그란타 포르토벨로에 보냈고, 맥스 포터 편집자가 영문판을 출간하게 됐다. 또 책이 세상에 나오자 평론가와 독자 등에 이메일에 보내 홍보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게 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으며, 이를 인정받아 번역가로서 함께 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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