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의외로 홍수에 취약한 지역인 것으로 인공지능(AI) 분석에서 나왔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경북대학교가 인공지능(AI)을 통해 지역별 홍수 위험도를 분석해보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 등 경남지역이 폭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포스텍은 AI를 활용해 지난 2002년~2021년까지 20년간 행정안전부가 기록한 전국 시군구별 홍수 피해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전국 '홍수 위험지도'도 제작했다.
기후변화와 도시의 확장이 맞물리면서 홍수 피해지역은 더 커지고 있다.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건축물은 토양이 빗물을 흡수하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동일한 강우량이 발생해도 침수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수도권에 4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 일대가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침수차량 피해액만 1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동안 홍수 위험 예측에는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계층화 분석법'(AHP)이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면서도 예측 신뢰도를 수치로 제시할 수 없어 객관적인 대응 마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최근 20년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홍수 위험을 결정하는 4가지 핵심요인인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에 대한 '위해성' △위험에 노출된 인구와 시설 수인 '노출성' △피해를 받기 쉬운 정도인 '취약성'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응력' 등을 세분화해 AI 분석 모델인 '엑스지부스트'(XGBoost)와 '랜덤포레스트'(Random Forest)에게 학습시켰다.
그 결과, 두 AI 모델 모두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를 '홍수 고위험 지역'으로 예측했다. 위험 수준대로 나열하면 △서울 강동구 △고양시 △동대문구 △동작구 △구로구 △성동구 △수원시 △인천 부평구 △인천 미추홀구 △부산 수영구 등이다. 특히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에서는 939만명이 홍수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AI가 짚은 홍수 피해 취약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엑스지부스트는 홍수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포장면 비율'(불투수면 비율)을 꼽았고, 랜덤포레스트는 '하천 면적'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분석했다. 특히 서울은 대부분의 지면이 포장도로인 점과 하수 설비 관리가 어려운 점이 침수 피해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역시 지대가 낮고 포장도로가 많은 점에서 취약 지역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홍수 위험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수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AI가 공통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지역은 방재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지역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누는 등 위험도별 분류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정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홍수 대책을 세우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연구팀은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AI 분석을 통해 '불투수면 비율'과 '하천 면적'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된 만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될 수 있는 녹지 공간 확보와 하천 주변 개발 제한 등 자연 친화적 도시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정영훈 경북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수 관련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지역별 침수범람 위험지도를 생성함으로써 미래 지역맞춤형 홍수·침수 범람 대책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관리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 5월 6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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