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핵심목표 미루더니...英 HSBC도 '넷제로연합' 탈퇴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7-14 12:05:23
  • -
  • +
  • 인쇄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따른 탈퇴에 이어 영국 은행 중 처음으로 이탈하면서, 국제 기후공조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ZBA는 은행들의 탄소중립을 위해 지난 2021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주도로 결성된 협의체다. 회원사는 2050년 또는 그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대출·투자·자본시장 활동을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창립 멤버로 참여했던 HSBC가 탈퇴한 것이다. 이번 탈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뒤 미국 은행들이 줄줄이 NZBA를 탈퇴한 상황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미국 6대 은행은 올초에 NZBA를 이탈했다.

사실 HSBC도 2월부터 탈퇴 조짐을 보였다. 당시 은행은 자체 탄소중립 계획에서 핵심 목표 달성 시점을 20년 미루고, 최고경영자 장기성과급 기준에서 환경 목표를 약화시킨 바 있다.

기후단체들은 HSBC의 결정이 금융권 전반의 기후대응 신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셰어액션(ShareAction)'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은행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또하나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셰어액션의 기업참여 공동책임자인 잔 마르탱은 "기후재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에 역행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라며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HSBC의 기후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후퇴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HSBC는 성명을 통해 "NZBA가 초기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되는 틀을 제공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우리는 자체적인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있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기존 목표에는 변함이 없으며, 고객들의 전환 노력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클레이스, 로이즈, 내트웨스트, 스탠다드차타드, 네이션와이드 등 주요 영국 은행들은 여전히 NZBA 회원으로 남아있다.

국제 금융업계 내에서 기후목표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NZBA는 향후 회원 유지와 구속력 강화를 위한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