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가 은행권의 기후목표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잇따른 탈퇴에 이어 영국 은행 중 처음으로 이탈하면서, 국제 기후공조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ZBA는 은행들의 탄소중립을 위해 지난 2021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주도로 결성된 협의체다. 회원사는 2050년 또는 그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대출·투자·자본시장 활동을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창립 멤버로 참여했던 HSBC가 탈퇴한 것이다. 이번 탈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뒤 미국 은행들이 줄줄이 NZBA를 탈퇴한 상황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미국 6대 은행은 올초에 NZBA를 이탈했다.
사실 HSBC도 2월부터 탈퇴 조짐을 보였다. 당시 은행은 자체 탄소중립 계획에서 핵심 목표 달성 시점을 20년 미루고, 최고경영자 장기성과급 기준에서 환경 목표를 약화시킨 바 있다.
기후단체들은 HSBC의 결정이 금융권 전반의 기후대응 신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셰어액션(ShareAction)'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은행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또하나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셰어액션의 기업참여 공동책임자인 잔 마르탱은 "기후재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에 역행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라며 "이사회와 투자자들은 HSBC의 기후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후퇴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HSBC는 성명을 통해 "NZBA가 초기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되는 틀을 제공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우리는 자체적인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있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기존 목표에는 변함이 없으며, 고객들의 전환 노력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클레이스, 로이즈, 내트웨스트, 스탠다드차타드, 네이션와이드 등 주요 영국 은행들은 여전히 NZBA 회원으로 남아있다.
국제 금융업계 내에서 기후목표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NZBA는 향후 회원 유지와 구속력 강화를 위한 전략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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