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50만대에 달하는 오토바이가 이동하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가 내년부터 화석연료를 쓰는 오토바이와 모터 자전거를 퇴출한다.
15일(현지시간)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6년 7월부터 하노이 도심 주요 순환도로인 순환 1호선 구간에서 휘발유를 이용하는 오토바이와 이륜차의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팜 밍 찡 베트남 총리가 지시한 것으로, 대기 오염을 줄이고 교통체계의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순환 1호선은 하노이 도심을 원형으로 연결하는 약 7.2㎞ 길이의 간선도로로, 꺼우져이, 떠이호, 바딘, 호안끼엠 등 6개 구의 주요 도로가 포함된다.
하노이시는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내연차 운행 규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8년 1월부터는 순환 2호선 구간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이륜차 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승용차 운행도 제한하며, 2030년부터는 순환 3호선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하노이시에 현재 등록된 차량 수는 약 920만대로 이 가운데 오토바이가 약 690만대에 달한다. 그중 약 560만대, 81%가 휘발유를 쓴다. 중심 지역만 해도 하루 약 45만~50만대의 오토바이가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이해 교통 부문 탄소배출량은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방침이지만 시민들은 갑작스런 전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하노이 대중교통 시스템은 전체 교통 수요의 약 19%만 감당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개인 차량에 의존하고 있다. 153개 노선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이용률은 14% 수준이고, 도시철도 노선 대부분은 아직 미완공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량 통제가 시행되면 수많은 시민들의 생활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또 전동화 전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하노이 시민은 좁은 골목이나 구식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개인 충전시설을 갖추기 어렵다. 또 공공 충전소도 일부 브랜드 전용으로만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공동 이용이 어렵고, 국가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1년 만에 내연차를 폐기하고 전기차로 전환하는 건 어렵다는 분석이다.
교통 관련 전문가들은 차량 연료 전환 정책 성공을 위해선 "교통 인프라 확충과 함께,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금융지원, 다방면의 지원 프로그램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충전 인프라의 규격 통일과 공공 충전망 확대, 대중교통 노선의 확대 및 편의성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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