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품종개발한 '샤인머스켓'...어쩌다 한국 수출효자 됐을까

백진엽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9: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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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품종개발 후 방치...한국 잽싸게 '품종보호권' 취득

일반 포도보다 가격이 3배가량 비싸 농가소득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샤인머스켓'. 청포도의 일종인 이 포도는 사실 일본이 개발한 품종이지만 뜻밖에 우리나라에서 수출효자 농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에 포도 수출금액이 급증했다. 2017년 849만달러에서 2018년 1388만달러로, 2019년에는 2281만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11월까지 2417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었다.

포도수출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샤인머스켓' 덕분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거봉포도보다 비싼 샤인머스켓 수출이 늘면서 우리 포도 수출금액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얼마전 베트남에 샤인머스켓 3276kg을 수출한 김천은 연말까지 베트남을 비롯한 태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6개국에 100만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한 '샤인머스켓'이 어떻게 한국의 주요 수출농산물로 부상한 것일까. 

샤인머스켓은 1988년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다. 스튜벤과 알렉산드리아를 이종 교배해 만든 '아끼즈21호'와 '하쿠난'을 인공 교배한 품종이다. 현재 오카야마현 특산품으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경상북도 상주와 김천을 중심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재배된 샤인머스켓은 일본산과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삭한 식감에 포도씨가 없어서 먹기 편하다고 당도도 높다보니 최근 국내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포도 농가들은 앞다퉈 샤인머스켓 재배로 전환하고 있어 재배면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본은 샤인머스켓을 개발해놓고도 '품종등록'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으로 등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반면 2006년부터 샤인머스켓 재배를 시작한 우리나라는 '품종보호권'을 확보했다. '품종보호권'은 과수나 임목의 경우 출원일로부터 6년 이상 이의제기가 없으면 인정된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품종보호권을 출원한 이후 6년간 이의주장을 하지 않았고, 덕분에 우리나라는 2012년 품종보호권을 취득하게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품종보호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수출이든 내수든 '샤인머스켓'에 대한 로열티를 일본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작물이든지 품종이 다른 나라에 있는 경우에는 내수든 수출이든 판매되는만큼 품종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하얀 팽이버섯'이 대표적이다. '하얀 팽이버섯'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불한 품종 로열티는 지난 10년간 1400억원에 달한다. 1년에 13억 넘게 로열티를 냈던 것이다.

하지만 '샤인머스켓'은 일본에 로열티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로열티 부담이 없다는 점도 과수농가 사이에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로열티가 없는 작물이라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샤인머스켓의 비싼 가격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에 대해 농협 및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고 답한다.

한 마트 관계자는 "샤인머스켓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재배 농가가 늘고 있지만 재배 및 관리의 어려움, 수확까지의 기간 등으로 인해 아직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점차 수확량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가격은 지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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