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마다 뇌물 인정액 달라지면서 판결내용도 달라져
'89억원→36억원→86억8000만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다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지 1078일만이다.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기 시작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17일 처음 구속된 이후 1심에서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깨고 다시 돌려보냈고, 이날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다시 법정 구속됐다.
이처럼 재판마다 실형과 집행유예가 오락가락한 가장 큰 요인은 재판부에서 뇌물 규모를 얼마로 판단했는지다. 파기환송심까지 총 세차례 선고에서 각 재판부는 뇌물 규모를 각기 달리 판단했고,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다시 구속되는 상황을 겪고 있다.
일단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 일가에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정유라 승마지원 77억9735만원(약속 금액 213억원) 등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89억원만 뇌물로 판단했다.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등만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 규모를 36억원이라고 판단했다. 1심과 달리 뇌물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말 소유권 때문이다. 1심에서는 삼성이 정씨에게 말 자체를 뇌물로 준 것으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말 소유권을 삼성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이 아닌 말 사용권 정도만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뇌물 규모가 줄면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구속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 가운데 50억원가량은 유죄로 인정된다며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뇌물 규모를 86억8000만원으로 판단했다. 뇌물규모가 늘어나면서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또 정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도 명령했다.
이밖에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판결에 반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를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준법감시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행위 유형에 대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는 활동까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백진엽 기자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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