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생존위해 인력감축...르노삼성, 금융권 희망퇴직
2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안된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실업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비자발적 실직자가 20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19년보다 48.9% 증가한 수치이며 IMF 영향이 남아있는 2000년(186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178만9000명)보다 많았다.
비자발적 실직자란 '직장의 휴업·폐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노동시장적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을 의미한다. 가사, 육아, 심신장애, 정년퇴직, 급여 불만족 등 자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산업별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했던 비자발적 실직자가 12.5%(27만4000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업·임업·어업(11.7%·25만7000명), 건설업(10.5%·23만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9.6%·21만1000명), 제조업(9.5%·21만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9.1%·20만명) 순이었다.
◇코로나 직격탄 여행업계···1위 하나투어도 인력감축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최근 '조직 효율화'를 추진, 인력감축 등의 계획을 각 본부·부서 별로 수립하도록 했다. 1996년 설립된 하나투어가 인력을 줄이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하나투어는 구조조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직원들의 반발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몸살을 겪고 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로 여행업계는 존폐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이미 지난해 자유투어와 NHN여행박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모두투어와 노랑풍선 등은 무급휴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여행업계 감원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들은 문을 닫는 곳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여행사가 1000개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심지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긴급융자를 받은 곳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여행사 대표는 "빚을 갚지 못해 폐업도 못하고, 할 일도 없어서 그냥 문 닫고 방치해 두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밖에 코로나19와 함께 인수합병 이슈가 얽혀있는 항공업계도 올해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해 임직원 휴가 등으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아시아나항공 M&A, 이스타항공과 신생 항공사들의 위기 등을 감안하면 인력감축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 전방위로 퍼지는 '구조조정'···공기업·금융권까지
구조조정은 여행이나 항공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르노삼성이 본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의 고강도 자구책 요구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유통공룡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간 인력 파견제도를 도입해 버틴다는 계획이다. 다만 위기가 길어질 경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강원랜드나 한국마사회처럼 그동안 '철밥통'이라 불렸던 곳도 정상 가동을 못하면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급속히 확산된 언택트 라이프, 보험사 인수합병 등에 따른 인력 중복 등으로 인해 금융업계도 인력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KB그룹의 국민은행과 푸르덴셜생명 등이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500여명씩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였다.
매출 타격이 심각한 소상공인들 역시 근로시간 축소나 감원 등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있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소상공인 사업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0.2%가 코로나19에 사업 매출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근로시간 조정(24.4%), 인력감축(19.2%)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 3차 유행이 되면서 식당 문을 열 때부터 같이 했던 직원 두명을 어쩔 수 없이 쉬도록 했다"며 "어느 순간 매장에 오는 손님은 거의 없고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게 되면서 홀서빙이나 설거지, 청소 등에 필요한 인력이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도 이해를 해주셨고,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다시 함께 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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