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주식 상환기한 의무화, 실시간 모니터링 "도입하라"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기간을 연장하고 개인들의 참여문턱을 낮추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매도 개선책'을 내놓자, 개인투자자들의 '반 공매도 운동'은 더 거세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미봉책으로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민심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의 5월 공매도 재개 발표 이후 반발 움직임이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공매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지전까지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잇달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의무 상환기한·실시간 모니터링·불법시 엄벌'은 필수
우선 개인투자자들이 지적하는 공매도의 문제점 중 하나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빌렸다는 주식에 대해 의무상환 기한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을 빌려주고 빌리는 기관끼리 상환 기한을 정하기는 하지만 연장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상환기한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공매도로 수익을 노리는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공매도 물량을 무작정 쌓는 등 사실상 주가를 조작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개선없이 공매도를 재개하면 다시 국내 증시는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즉 주식 대차에 대한 계약을 전산화해서 공매도를 하려는 곳이 실제로 주식을 빌렸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매번 바뀌는 입장이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구축이 가능해도 일부 불법을 잡기 위해 모두 적용하는 것 합리적이지 않다는 '음주운전 측정기 전 차량 설치'와 비교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박용진 의원이 '전산의무화법'을 발의한 상태다.
'일벌백계', 즉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한 처벌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로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수위는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가 매우 약하다. 이에 "걸려도 과태료 몇푼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불법 공매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많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처벌을 강화해서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자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금융위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하태경 의원이 불법공매도 적발시 시장에서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법'을 발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주식 매수운동, 버스광고 등 '반 공매도 운동' 다각화
한투연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개선없는 공매도 재개 반대'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 있다. 청와대 청원은 기본이고, 서울시장 후보나 대선주자 후보 등 유력 정치인, 공매도 관련 기사를 쓰는 언론인 등에게 메일과 문자 등을 보내는 방식이다.
경기도에 사는 60대 투자자 H씨는 "조삼모사식으로 보궐선거가 끝나는 오는 5월3일부터 별다른 제도 개선없이 공매 세력의 주요 타깃이 되고있는 대형 우량주들만 공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이 나왔다"며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책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공매제도는 선진국과 달리 개인투자자에게 너무 불리한 제도로, 수십년간 외국인과 기관 등 공매세력은 핵과 같은 무기(공매보증금무, 대차거래 상환기간무한, 공매수입 비과세, 불법무차입거래)를 갖추고, 소총만 든 개미들의 자산을 등쳐먹었다"며 울분을 통했다.
이달초 한투연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한투연 카페 게시판에는 셀트리온, 에이치엘비 등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 종목을 매수했다는 인증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려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려는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1000만 동학개미 집결 운동,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를 부착한 버스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었을 때 금융위원장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자본시장의 불법·불건전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고, 반드시 적발·처벌된다는 인식이 확립되도록 하겠다'고 공언을 했다"며 "하지만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적발하기 위해 필요한 실시간 시스템과 엄정 대응 모두 손놓고 있는데, 이러니 금융당국도 공매도 세력과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사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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