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명 볼모로 밥그릇 지키나" 비난 봇물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들은 면허를 박탈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으로 강경하게 맞서겠다고 나서면서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걸핏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등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의협 지도부가 반정부 성향으로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대다수 의사들도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협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지난 20일 '의료법' 개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총파업 등으로 강경하게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도 총파업과 백신접종은 의사들의 의무가 아니라며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달 26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을 앞두고 의협이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11월 집단면역 형성 계획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의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의정 갈등은 의료법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중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서 의협이 반발하는 것이다.
의협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파업으로 맞섰다. 당시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400명을 넘어서는 '2차 유행' 시기였음에도 의료 현장을 비운 것이다.
시민들은 의협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환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분당에 사는 P씨는 "의사는 사람 목숨을 다루는 직종인데 중범죄를 저지를 경우 면허를 제한하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또 본인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툭하면 사람들의 목숨을 볼모로 '파업'이니 '방역 비협조'니 하는 건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밥그릇 챙기기로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회원은 회장이 파업한다고 하면 파업하고 걷으라면 걷는 졸이 아니다"라며 "언제까지 회원들은 의협회장 1인의 독단적 판단에 휘둘려야 하나"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이런 시국에 의사들의 심기를 거스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기름을 부었다. 의사들의 특권을 인정하는 듯한 표현, 그리고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안을 두고 정부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해당 기사에 댓글로 "우리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의사님들의 심기를 거스려서 무척 죄송하네요"라며 "제발 백신을 놓아달라고 가서 무릎꿇고 빌기라도 해야 하나요"라고 비꼬았다.
의협이 이번 법안이 지난해 총파업에 대한 '보복성 면허 강탈'이라는 주장도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중범죄자의 의사 면허 제한에 대한 법안 개정안은 2007년부터 발의가 됐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고, 이번 국회에서도 작년 총파업 이전인 6~7월에 많은 의원들이 발의를 했던 것이고 이번에 상임위에서 통과된 것이다. 즉 총파업에 대한 보복으로 입법을 했다는 주장은 허위라는 것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살인이라든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똑같이 여전히 징역형을 다 살고 난 다음에는 의료행위를 그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2014년도와 2018년도까지 의사들의 성범죄 검거 현황을 보니까 611명 정도가 이렇게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는데, 실제 여기에 대해서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면허정지한 것은 4건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모든 전문직종 그러니까 변호사, 법무사 심지어는 공인중개사까지도 금고 이상의 징역형이 되는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의료인같은 경우에는 잘 아시다시피 환자를 마취해서 수술하고 또 실제 환자와 신체적인 어떤 접촉이나 이런 것들을 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고도의 전문성과 직업적인 어떤 책임, 윤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래는 사실은 한참 전에 이 법이 개정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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