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신세계, 롯데도 참여 가능성
쿠팡이 뉴욕거래소 상장을 통해 5조원의 실탄을 마련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인수합병(M&A), 합종연횡 등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쩐의 전쟁'이 본격화됐다.
16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그동안 SK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은 난무했지만 최고경영자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마감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자회사인 오픈마켓 11번가를 쿠팡의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해 11번가와 묶을 경우 쿠팡, 네이버와 함께 이커머스 시장의 빅3로 단번에 뛰어오를 수 있게 된다.
사실 그동안 SK텔레콤을 비롯해 카카오, 신세계, 롯데 등 유통 및 플랫폼 업체들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쳤다. 회사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자칫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가 4조~5조원으로 예상되는 매각가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베이를 놓고 서로 눈치를 보던 관련업계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뉴욕거래소 상장으로 기업가치 100조원을 인정받으며 5조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 자금으로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공격적인 투자나 마케팅으로 네이버에 이어 이커머스 2위에 오른 쿠팡이기 때문에 실탄을 넉넉히 챙긴 지금은 더욱 공격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쿠팡의 경쟁사들은 지켜보고만 있다가는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던 셈.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에 이어 3위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1위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음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력 후보들로 꼽히는 곳은 '예비입찰이라서 일단 참여하고 본다'는 수준이 아닌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 강자로 남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실탄을 챙긴 쿠팡'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전부터 경험해 봤기 때문에 11번가나 카카오, 네이버 등은 물론 전통 유통 강자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외에도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신세계와 네이버가 손을 잡았다. 양사는 이날 지분교환 등을 포함한 전략 제휴를 위한 협약을 가졌다. 네이버는 이마트 주식 150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000억원과 지분을 교환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과 신선식품 분야 강자인 이마트, 패션 및 명품에 강점을 지닌 신세계가 동맹을 형성한 것이다. 네이버는 이에 앞서 CJ대한통운과도 지분을 교환, 물류부문의 동맹군을 만들기도 했다.
11번가 역시 이베이코리아 이외에 매물로 나온 배달업체인 '요기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또 지난해말에는 아마존과 협력하기로 했고, 협력에 대한 결과는 올해중 아마존 물품을 11번가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빅3와 점유율 부문에서 꽤 차이가 나는 4위 11번가의 위기감이 가장 클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기는 한데, 비싼 가격 및 요기요 인수 등 복잡한 상황이라 컨소시엄 구성 등의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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