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끝나면 작품설치에 사용됐던 부속물 등 다양한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방식을 바꿔 폐기물을 줄이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는 것이다.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손글씨로 작품을 설명한 미술전시부터 실내가 아닌 자연을 배경삼은 야외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또 미술재료 자체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전시가 끝난 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고스란히 공개하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4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열리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회가 대표적이다. 이 전시회는 실내공간뿐 아니라 야외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폐기물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또 이 전시회는 작품설치를 위해 사용하는 석고벽과 합판을 사용하지 않았다. 전선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몰딩 사용도 최소화했고, 작품설명도 페인트가 아닌 손글씨로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콩기름, 친환경 종이를 사용해 작품안내서를 인쇄했고, 전시 홍보물에도 한가지 색상의 잉크만 사용했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최성호 큐레이터는 "뉴욕에서 6점의 작품을 부산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보통은 항공을 이용하지만 우리는 배를 이용했다"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15일 소요되는 항공운송 대신 60일이 걸리는 해상운송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송하는 6점 작품의 무게는 1273kg이고, 뉴욕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1만1092km다. 항공운송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98t(tCO2eq)이고, 인천공항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432.54km 거리를 트럭으로 운송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12t이다.
작품 6점을 뉴욕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항공과 트럭으로 운송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편도 기준으로 총 16.1t이며, 왕복으로는 32.2t이다. 그러나 해상으로 운송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0.82t으로 항공운송의 약 40분의1 수준이다.
최성호 큐레이터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문제에 대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런 시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분야의 특수성에 적합한 현실적 실천방안을 도출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에서 이전 전시에서 발생한 대량의 폐기물들을 전시장 가벽 뒤쪽에 배치해 관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지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환경오염의 현실을 스스로 고발한 셈이다.
강원문화재단이 오는 9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따스한 재생'을 주제로 개최하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전도 탄약정비공장, 와동분교 등 지역의 유휴공간을 예술공간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강원국제트리엔날레 2021>은 에코아트, 생태미술의 시대적 필요성과 지역 재생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도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는 9월 8일 '공생의 도구'라는 주제로 열리는 <2021 청주공예 비엔날레>에서는 현대사회의 과잉생산과 소비를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를 통해 문제를 던지고 있다. 또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빚은 생태파괴 문제와 고령화, 노후화, 양극화같은 사회문제도 전시를 통해 다룰 예정이다.
미술작업과 전시 등은 그 자체로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미술재료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감을 물에 행굴 때 발생하는 수질오염과 작품제작, 그리고 전시가 끝나고 철수할 때 발생하는 대량의 폐기물이 그 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최성호 큐레이터는 "전시를 안하는 것이 친환경 아니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면서 "그동안 미술관의 환경문제는 문화·예술의 발전과 공공 문화향유 등에 이바지한다는 이유로 용인돼 왔는데 익숙함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태계와 공생하기 위해 미술관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많은 불편함과 노력이 쌓인다면 미래에는 지속가능한 미술관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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