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흥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버릴 때마다 고민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할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그럴때마다 A씨는 재활용 봉투에 분리배출한다. 왠지 종량제 봉투에 버려서는 안될 것 같아서다.
그러나 A씨의 생각은 틀렸다. 화장품 용기는 대부분 유리, 도자기, 금속, PET-G라는 혼합재질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때문에 90% 이상 재활용할 수 없는 재질들이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내용물 지꺼기가 남아있어서 재활용 선별장에서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품의 오일성분 때문에 깨끗하게 세척할 수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올초 환경단체와 소비자들은 화장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교체하거나 용기를 회수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며 '화장품 어택'을 벌인 적이 있다. 화장품을 판매한 회사가 수거와 재활용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전세계 화장품 및 미용관련 포장용기는 2018년 기준으로 1521억개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 재질이 43%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마지못해 최근 화장품업체들이 리필 제품을 확대하는 한편 용기를 수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제대로 알리지도 않을 뿐더러 일회성에 그치고 있어 '요식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CJ 올리브영은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상관없이 수거하는 '뷰티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12개 매장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9개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과 타운점에서 수거 작업을 맡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뷰티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는 명동 플래그십 매장에 방문한 결과, 캠페인을 안내하는 문구를 찾기 어려웠다.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계산대 옆에 있는 수거함에 화장품 용기를 넣은 것을 확인받으면 쿠폰을 지급해준다"고 답했다. 수거함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워 보였다.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는 올리브영 삼성점 직원들은 회사 차원에서 이런 캠페인이 진행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외국산 화장품을 주로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도 현재 화장품 용기 수거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갖다줘도 되고, 온라인 신청하면 방문수거도 한다. 또 캠페인에 참여하면 신세계 포인트도 적립해준다. 하지만 이 캠페인 역시 자사가 판매하는 화장품 공병만 수거하고, 이달말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처럼 화장품업계가 요식적으로 용기 수거에 나서자,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맥주병이나 소주병처럼 화장품 공병도 보증금을 걸어서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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