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신세계 '화장품 공병' 수거 시늉만?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1-12-09 15:02:39
  • -
  • +
  • 인쇄
공병 수거캠페인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어


#서울 시흥에서 거주하는 대학생 A씨는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버릴 때마다 고민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할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그럴때마다 A씨는 재활용 봉투에 분리배출한다. 왠지 종량제 봉투에 버려서는 안될 것 같아서다. 

그러나 A씨의 생각은 틀렸다. 화장품 용기는 대부분 유리, 도자기, 금속, PET-G라는 혼합재질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때문에 90% 이상 재활용할 수 없는 재질들이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내용물 지꺼기가 남아있어서 재활용 선별장에서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장품의 오일성분 때문에 깨끗하게 세척할 수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올초 환경단체와 소비자들은 화장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교체하거나 용기를 회수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며 '화장품 어택'을 벌인 적이 있다. 화장품을 판매한 회사가 수거와 재활용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전세계 화장품 및 미용관련 포장용기는 2018년 기준으로 1521억개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 재질이 43%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마지못해 최근 화장품업체들이 리필 제품을 확대하는 한편 용기를 수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제대로 알리지도 않을 뿐더러 일회성에 그치고 있어 '요식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CJ 올리브영은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브랜드에 상관없이 수거하는 '뷰티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12개 매장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9개 올리브영 플래그십 매장과 타운점에서 수거 작업을 맡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뷰티사이클 캠페인을 진행하는 명동 플래그십 매장에 방문한 결과, 캠페인을 안내하는 문구를 찾기 어려웠다.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계산대 옆에 있는 수거함에 화장품 용기를 넣은 것을 확인받으면 쿠폰을 지급해준다"고 답했다. 수거함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워 보였다.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는 올리브영 삼성점 직원들은 회사 차원에서 이런 캠페인이 진행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외국산 화장품을 주로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도 현재 화장품 용기 수거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갖다줘도 되고, 온라인 신청하면 방문수거도 한다. 또 캠페인에 참여하면 신세계 포인트도 적립해준다. 하지만 이 캠페인 역시 자사가 판매하는 화장품 공병만 수거하고, 이달말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처럼 화장품업계가 요식적으로 용기 수거에 나서자,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맥주병이나 소주병처럼 화장품 공병도 보증금을 걸어서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시사한 환경장관 "탈원전은 아냐"

곧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이끌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새로운 원전을 짓는 데 대해 국민 공론화를 통한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신규 원전을 추

"비용부담 커진다"vs"무상할당 안돼"...4차 배출권 할당계획 '대립각'

정부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할 '제4차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산업계

경기도주식회사, 탄소중립 실천 위한 '친환경 협업 기업' 모집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경기도주식회사가 오는 10월 3일까지 '2025년 2차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협업 기업을 모

"철강·석유화학 배출권 유상할당 높여라...국제추세 역행하는 것"

환경부가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 대한 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비율을 종전대로 100%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민단

배출권 유상할당 20% 상향...상의 "기업 비용부담 커질 것" 우려

환경부가 2026년~2030년까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에서 15%로 올리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에 대해 산업계가 비용부담

한은 "극한기후가 물가상승 야기…기후대응 없으면 상승률 2배"

폭우나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고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1년 넘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기후변화

기후/환경

+

강릉에 '반가운 비'...폭우 쏟아졌지만 가뭄 해갈 역부족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단비'가 내렸다. 아직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지만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주말날씨] 전국 이틀간 '세찬 비'...강릉에도 '가뭄에 단비'

이번 주말에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비는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우리나라로 진입하면서

"환경장관 약속 못믿어"...세종보 천막농성 철회 안한다

4대강 보 철거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에서 500일간 농성했던 환경단체들이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11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직접

화석연료 기업들 내뿜는 탄소...치명적인 폭염을 낳았다

엑손모빌 등 석유 대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2000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생했던 수십건의 폭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강릉 식수원 고갈 일보직전 '비소식'...이틀간 20~60㎜ 내린다

강릉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1일 오전 8시 기준 11.8%까지 낮아진 가운데 토요일인 13일 동해안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다.

1.5℃ 임계점 넘었나?...전세계 산호 84% 하얗게 변했다

전세계 바다의 산호초 84%가 해양폭염으로 백화 현상을 겪는 등 최근 해양생태계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지난 2일 발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