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뒤 CJ제일제당 "2050 탄소중립" 선언
CJ제일제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의 폐기물 불법처리 사건으로 빛을 바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쪽에서는 넷제로를 선언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폐기물 불법처리를 해왔다는 것은 그룹내 핵심가치 부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2일 '기후변화 대응보고서'를 발간하고 '2050년 탄소중립 및 제로웨이스트 실현'을 선언했다. 보고서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2030년 중장기 목표와 전략 등의 로드맵도 담았다. CJ제일제당의 중장기 핵심 전략은 △사업장의 탈탄소 에너지 전환 △제품과 솔루션의 친환경적인 혁신 △공급망∙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의 그린 파트너십 구축 등 세가지다. 3대 핵심 전략을 토대로 온실가스∙에너지∙물∙폐기물 등 각 영역별로 12가지 과제를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CJ제일제당은 전 사업장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5%까지 감축할 수 있다. 2030년까지 미주∙유럽 사업장부터 화석연료로 생산하던 전력을 재생∙바이오로 생산하는 전력으로 100% 바꾼다. 아시아 지역 사업장들은 2050년까지 전환한다.
CJ제일제당의 보고서에는 '매립 폐기물 제로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얼마전 공개된 CJ대한통운의 폐기물 불법 처리사건에서 CJ대한통운이 불법으로 처리한 식품 폐기물은 전부 CJ제일제당 제품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뿐 아니라 폐기되는 과정까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CJ대한통운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산의 한 공장 야적장에 방치된 식품 폐기물의 양은 무려 1800톤이 넘었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수년이나 지난 즉석요리 식품들과 장류였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CJ제일제당에서 생산한 것으로, A 폐기물 처리업체가 CJ대한통운의 위탁을 받아 경기 용인 수원반품센터에서 옮겨온 폐기물들이었다.
A업체는 임가공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뒤 공장을 빌려 쓰레기를 투기해왔다. 음식물이 썩으면서 벌레가 꼬이는 것은 물론 악취가 진동해 인근에서 사는 주민들이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해 10월부터 A 업체에게 4차례나 처리 명령을 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이에 논산시는 해당업체를 폐기물 불법 처리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발하고, 처리를 의뢰한 CJ대한통운에 대해서도 사업장폐기물 제출 위반 혐의로 특별사법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CJ대한통운은 폐기물 담당 직원이 회사를 속이고 저지른 행위라며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고 내달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A 업체 대표가 CJ대한통운 퇴직자라는 점, 회사가 속았다고는 해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은 ESG 경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CJ제일제당이 선언한 '탄소중립 계획'의 순수성도 의심받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를 CJ제일제당의 '넷제로 선언'으로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CJ측은 "모두 해당 기업의 이슈이자 의사결정"이라며 "계열사 이슈 희석때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넷제로 선언이 순수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식품업계에서는 이르게 넷제로를 선언했고, 보고서를 봐도 많이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일제당과 대한통운이 아닌 CJ로 먼저 인식을 하기 때문에 부정적 이슈를 가리기 위한 넷제로 선언으로 보는 시각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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