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들 ESG 투자확대..녹색채권도 증가
2021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주식의 성과가 석유·천연가스에 비해 저조하게 나타났지만, 2022년 곧 반등해 다시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양대 정유업체 엑슨모빌과 셰브론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48%와 40%에 달했다. 반면, 318억달러(약 37조8420억원) 규모의 미국 최대 ESG 집중투자사 파르나소스 코어 주식형펀드는 상승률이 28%를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아이셰어즈(iShares) MSCI 글로벌에너지생산자 ETF는 37%를 기록한 데 비해 블랙록이 운영하는 아이셰어즈 ESG 펀드의 상승률은 30%에 그쳤다.
프랑스 독립 시장조사업체 알파밸류 대표 피에르이브 고티에(Pierre-Yves Gauthier)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민감주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주식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비싼 녹색 투자상품을 대신 경기 민감주를 많이 사들인 탓"이라고 밝혔다.
경기 민감주는 경제가 살아나면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하면 하락폭도 상대적으로 큰 종목이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매출의 변동성이 높고, 미래 실적을 예측하기도 힘들다. 실제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맞이한 2020년 엑슨모빌과 셰브론의 주가는 각각 41%와 30% 하락했다. 반대로 이때 투자자들이 ESG 투자상품에 크게 몰리면서 태양광 밸류체인에 집중투자하는 인베스코 솔라 ETF, 아이셰어즈 글로벌청정에너지 ETF 주가는 각각 3배, 2배 올랐지만 2021년 현재는 전년대비 4분의 1 이상 하락한 상태다.
더군다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제조비용이 문제시되면서 ESG 관련주는 더 타격을 받았다. 최근 전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는 아일랜드 인근의 풍력 발전량은 인근 해상의 풍속이 감소하면서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세계 풍력시장 선두기업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베스타스는 주가가 3분의 1 하락했다. 게다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에너지 대란이 예고되면서 원유 가격은 계속 상승세다. JP모건은 세계 원유거래의 기준이 되는 대표 유종 WTI유와 브렌트유 수요가 내년 3월 2019년 수준을 회복해 2023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ESG 펀드 투자금 유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경우 올 1분기 ESG 펀드 유입액이 1490억달러(약 177조원)에 달했던 데 비해 3분기에는 1080억달러(약 128조원) 규모로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1분기 226억달러(약 27조원)에 달했던 유입액이 3분기 157억달러(약 19조원)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하락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ESG 전문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유럽의 ESG 투자규모 감소는 ESG 투자에 대한 규제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강화되면서 과거 ESG로 구분되었던 상품이 더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자금유입 비율은 줄었을지라도 절대적인 자산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최대 자산규모 760억달러의 미국 최대 퇴직연금제도 TSP(Thrift Savings Plan)는 내년부터 ESG 펀드상품을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ESG 관련 대규모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세계 ESG 투자규모는 22조8390억달러(약 2경6915조원) 규모에서 2020년 35조3010억달러(4경1602조)원 규모로 늘었고, 2025년에 이르면 50조달러(약 5경89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정부부처 및 연기금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ESG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책임투자를 고려하는 국민연금운용규모는 약 101조4000억원으로, 2019년 말 기준 32조1700억원에 이르던 운용규모에 비하면 약 215% 성장한 금액이다. 국내 ESG 펀드의 순자산 규모를 살펴보면 2021년 3분기 패시브 유형의 순자산은 1조1116억원, 액티브 유형은 6조5259 억원으로 집계된다. 2021년 3분기 기준 녹색채권 신규상장금액은 11조4190억원으로 2020년 신규상장금액 대비 10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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