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무해성 여부, 아직까지 규명된 바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하루 16.3개여서 건강상 해롭지 않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결과는 믿어도 되는 것일까? 현재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하게 규정된 바 없어 식약처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섣부른 판단을 넘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11일 우리나라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서 하루 16.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지만 이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은 건강상 위해가 되지 않는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기구(FAO)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 5밀리미터(mm) 미만의 입자로, 화학물질인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떨어져나오는 미세한 입자들이다.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에서 만들어지는 이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와 토양, 공기 등을 오염시키면서 2차, 3차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히말라야 정상에서부터 북극, 심해에 이르기까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WHO와 FAO가 미세플라스틱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밝힌 이유는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에 대한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무해성에 대해 그 누구도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여러번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헐요크(Hull York) 의과대학교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공기중이나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는 양만으로도 세포독성, 면역반응, 산화 스트레스, 세포벽 손상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상적으로 공기나 음식물을 통해 몸속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만으로도 인간의 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증명했다.
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진은 해양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독성 유기물질을 흡수하고 농축해 독성을 10배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안드레이 에이탄 루빈 박사는 "미세플라스틱은 인체로 들어가는 모든 오염물질에 일종의 플랫폼으로 작용해 인체에 엄청난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왜 이런 섣부른 자료를 냈을까.
식약처가 진행한 이번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조사대상이 국내 유통중인 해조류, 젓갈류, 외국에서 미세플라스틱오염이 보고된 식품 등 총 11종 102개 품목에 불과했다. 식품 11종은 액상차, 탄산음료, 과일음료, 맥주, 간장, 벌꿀, 식염(천일염 제외), 해조류, 티백류, 액젓 그리고 젓갈이다.
식약처는 102개 품목을 대상으로 2020년~2021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인체 노출량을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식품 섭취량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식품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1인당 하루평균 16.2개로 나왔다고 했다. 각 품목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조사한 것이다. 식약처는 지금까지 알려진 미세플라스틱의 독성정보로 분석할 때, 이 정도의 섭취량은 건강상 영향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식약처가 미세플라스틱의 무해성 근거로 내세우는 동물실험이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 식약처는 2019년 하루 6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28일동안 동물(랫디)에게 경구투여하는 실험을 한 결과 독성학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8일 이후 랫디에 나타난 독성학적 변화는 관찰하지 않았다. 만약 미세플라스틱이 랫디의 몸속에 남아있다면 몇년 후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같은 지적에 식약처 관계자도 "조사대상 품목이 제한적이어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의 무해성을 입증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수긍했다. 사람이 미세플라스틱을 하루에 얼마나 섭취했을 때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적정기준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조사대상 품목 외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흡입 혹은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하루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총량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랫디보다 작은 쥐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동안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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