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장난감 재활용하도록 제도마련 해야"
대부분의 장난감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버려지는 장난감에 대해서는 별다른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린다. 이렇게 버려지는 장난감은 한해 240만톤에 달한다. 버려지는 장난감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제로다. 91% 이상이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유발되고 있지만 재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보니 폐기되는 것이다.
비영리 환경단체 사단법인 트루(TRU)가 장난감 재활용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트루'라는 이름도 '토이 리사이클 유니온'(Toy Recycle Union)의 약자다. 트루의 박준성 사무총장은 "장난감들은 복합플라스틱 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사실 약 50~70%는 재사용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장난감들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수거한 폐장난감을 분해하고 분쇄해 재활용하는 일을 하면서, 폐장난감을 활용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도 병행하고 있는 트루를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 "폐장난감도 재활용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트루 건물에 들어서자, 계단 벽면에 어린이들이 폐장난감으로 다시 만든 장난감들이 빼곡히 장식돼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난감 판매 매장에 온 것처럼 사방이 장난감으로 빼곡했다. 형형색색의 장난감들 사이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서니, 더 많은 폐장난감들이 쌓여있다. 어릴 때 갖고 놀던 건담, 인형의 집, 장난감 자동차들도 보였다.
박준성 총장은 "장난감 업체에서 폐기처분 직전의 제품들을 받아오거나 가정에서 수거한 장난감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트루가 장난감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폐장난감은 12만여개에 달한다. 무게로 치면 약 3만6000kg에 이른다. 가정에서 수거된 장난감도 150건으로, 약 2750kg이다. 박 총장은 "사실 트루가 수거한 장난감은 이보다 더 많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 많은 장난감들이 폐기처분될 뻔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장난감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지만 재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 총장은 "장난감 1kg을 분해하는데 30분이 걸리는데 전자제품 하나를 분해하는 시간과 맞먹는다"면서 "이렇게 시간을 들여 분해한 것을 팔아봐야 고작 40~50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진땀을 흘리며 하루종일 분해해봤자 1만원도 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폐장난감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소각·매립된다. 소각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매립하면 자연분해되는데 500년 이상 걸리니 이 역시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다. 박 총장은 "장난감을 매립하면 분해하는데도 오래걸리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발생시킨다"면서 "이런 골치아픈 문제를 누군가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해 장난감 재활용을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루는 수거한 장난감 절반 정도를 '트루스토어' 등에서 싸게 재판매하거나 기부한다. 나머지 장난감들은 분해해서 플라스틱 재질별로 분류한다. 폴리프로필렌(PP),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아크릴로나이트릴(ABS), 폴리스티렌(PS) 등 5종류로 나눈다. PS의 경우는 독성물질이 있어 재활용 수요가 없지만 PP와 PE는 재활용품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플레이크(flake)로 분쇄한다. 이 플레이크는 재생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업체나 청년활동가들에게 제공한다.
◇ "폐장난감은 어린이 환경교육의 좋은 교재"
애써 분해하고 분쇄한 플레이크도 헐값에 판매된다. 그래서 트루는 '장난감학교 쓸모'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폐장난감으로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버려진 장난감을 분해하면서 플라스틱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분해한 장난감 조각으로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과천 어린이집, 군산 푸른솔 초등학교, 경기도 화정고등학교, 오산중학교, 성남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그동안 '쓸모' 프로그램에 참여한 곳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박 총장은 "주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 '쓸모' 강사를 파견해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2010년부터 13년동안 쓸모 프로그램을 거쳐간 사람들은 대략 40만명쯤 된다"고 말했다. 현재 '쓸모' 강사는 약 20명이다.
트루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박 총장은 "어른도 장난감 조각을 분해하면서 재밌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천개의 장난감 조각들을 펼쳐놓고 또다른 장난감을 만들면서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밌게 놀면서 환경문제를 친근하게 접하기 때문에 어른·아이 없이 자연스럽게 교육에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박 총장은 "기업·정부에서 폐장난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장난감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장난감을 책임지는 생산자책임제도(EPR)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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