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을 활용해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한 '세계에서 가장 착한 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착한 술'을 만드는 회사는 바로 미국 친환경 스타트업 에어컴퍼니(The Air Company).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증류주를 제조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금까지 4000만달러(약 511억원)를 투자유치할 정도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도요타 벤처스, 제트블루테크놀로지벤처스(JTV), 팔리포더오션(Parley for the Oceans) 등이 투자 대열에 합류했을 정도다.
에어컴퍼니는 2019년부터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하는 특허기술을 기반으로 뉴욕 브루클린 공장에서 '에어보드카'를 생산하고 있다. 에어보드카의 생산공정은 간단하다. 전기분해로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고, 수소를 탄소변환기에 넣어 에탄올을 만들어 낸다. 이를 물과 섞으면 40% 에탄올, 60% 물 비율을 갖춘 보드카가 만들어진다. 에어보드카는 750㎖ 1병당 65달러(약 8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에어컴퍼니에 따르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드카를 제조할 때 통상 1병당 약 5.9㎏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에어보드카는 1병당 450g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발효과정이나 공업용 알코올 제조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날아가기 전에 포집하고, 제조과정 전반에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 마신 에어보드카 공병은 100%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하다. 부착된 종이 라벨은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맞춤형 천연 무독성 접착제를 사용해 쉽게 떼어지고, 물병이나 꽃병으로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에어보드카는 '지속가능한 소비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몇몇 환경운동가들은 에어보드카를 두고 '위험한 방해요인'이라며 비판했다. 탄소포집을 활용한 비즈니스의 활성화는 석유,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의 완전한 퇴출을 더디게 만들어 오히려 기후위기 해결에 독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에어컴퍼니 공동창립자 그레고리 콘스탄틴은 "에탄올은 양조뿐 아니라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의 연료로도 쓰일 수 있어 많은 사업자들이 우리와 같은 제조방식에 동참한다면 온실가스 저감에 두드러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기후변화를 생각하며 즐길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저감만으로 부족하고, 이미 대기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탄소포집으로 만든 다이아몬드, 안경·선글라스, 코카콜라, 제트연료 등 CCUS 기술을 접목한 사업 기회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에어컴퍼니도 에어보드카 외에 손세정제 '에어스프레이', 향수 '에어퍼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콘스탄틴은 "보드카나 향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기술이 산업적으로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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