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에 놀라 업사이클 도전했죠"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5 07:30:02
  • -
  • +
  • 인쇄
스티로폼 업사이클로 우수상 받은 유도헌씨
"더 친환경적 업사이클링하는 방법 찾는 중"
▲유도헌씨는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버려지는 스티로폼을 일상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고 싶었다." 

지난해 10월 'Re-'를 주제로 환경을 다시 생각한 공예작품을 뽑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 2022'에서 버려진 스티로폼으로 화병, 의자, 선반을 제작해 우수상을 받은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유도헌(23)씨의 말이다.

그는 어떻게 폐스티로폼으로 업사이클링할 생각을 했을까. 이에 대해 유도헌씨는 "어느날 친구와 함께 안성 시설관리공단에 갔는데 산더미처럼 높이 쌓은 스티로폼을 싣고 들어오는 트럭을 보고 놀랐다"며 "그렇게 많은 스티로폼을 실은 트럭을 처음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럭에 쌓인 스티로폼은 트럭 크기보다 족히 서너배는 많아 보였다는 것이다.

마치 스티로폼 산을 옮기는 듯한 트럭들이 공단으로 쉴새없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 순간 문득 그는 "이 많은 스티로폼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공단으로 실려온 스티로폼 가운데 깨끗하고 하얀 것들만 따로 모아 재활용되고, 나머지 이물질이 묻고 오염된 스티로폼들은 모두 버려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공단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폐스티로폼이 제 옆으로 끝없이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평소 스티로폼을 무심히 사용하고 버렸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실 유도헌씨가 환경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참여한 이후부터다. 그러다보니 폐스티로폼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업사이클링에 도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는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어워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도헌씨는 "폐스티로폼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처음에 열로 녹일 생각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열로 녹이는 것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아세톤'으로 녹이기였다. 유도헌씨는 "인터넷검색을 통해서 아세톤이 스티로폼을 점액질 형태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세톤에 녹은 끈적한 점액질 형태의 스티로폼은 슬라임과 비슷하다. 유도헌씨는 "녹인 점액질을 미리 형태를 잡아놓은 스티로폼 몰드 위에 한겹한겹 덧바른다"며 "말리고 바르는 작업을 반복하면 강도가 센 스티로폼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의자나 선반은 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도를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의자에 수십차례 앉아보기도 하고, 만들어놓은 선반에 물건을 몇시간동안 올려놔 보기도 했단다.

분쇄한 스티로폼을 다른 재료와 혼합해 재활용하는 사례는 있지만 유도헌씨처럼 스티로폼만 가지고 일상에서 사용가능한 의자나 선반 등을 만든 사례는 없었다. 그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어서 도움을 구할 곳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혼자서 논문이나 기사를 찾아가며 스티로폼에 대해 공부했더니 이제 웬만한 전문가보다 스티로폼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며 너스레를 떨엇다.

'스티로폼 박사'가 돼버린 유도헌씨의 포부도 '더 친환경적인 스티로폼 업사이클링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는 "아세톤이 제품 속에서 덜 마르게 되면 인체에 유해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업사이클링하는 다른 방법들을 연구중"이라고 했다. 일례로 3D 프린터 재료로 스티로폼을 활용한다던가,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강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물론 실현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국내에서만 한해 7만톤 넘게 쏟아져나오는 폐스티로폼. 최근 중국에 재활용 수출길도 막혀 폐스티로폼은 상당량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도헌씨는 "폐스티로폼 업사이클링 제품이 일상에서 사용돼야 재활용 가치가 있는데 이를 혼자서 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스티로폼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져 버려지는 스티로폼이 최대한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경기도, 업사이클 참여기업 모집...최대 1000만원 지원

경기도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2025년 경기도 업사이클 기업육성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고 10일 밝혔다.공모는 △집중육성 과제(최대

올해 신규 사외이사 평균연령 60.3세...女비중 첫 30% 돌파

올해 국내 100대 상장기업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교수 출신이고, 평균연령은 60.3세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재선임 비중은 54%로 높아지

아워홈 사고직원 결국 사망...중대재해법 처벌수위 촉각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워홈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직원이 9일 끝내 사망했다. 구미현 아워홈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

LG '올레드TV' 탄소·플라스틱 줄이고 자원효율 높였다

LG전자 올레드 TV가 해외 유력 인증기관들로부터 탄소 배출 저감, 지속가능한 자원 효율성 등 환경 관련 인증을 잇따라 획득했다.LG전자는 최근 프리미

국내 中企 ESG 경영수준 2년새 대폭 '개선'...비결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ESG 성적이 대기오염물질, 온실가스 등 환경분야를 중심으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중소&m

SK C&C, AI DX로 사고 줄이고 환경오염 막는다

SK C&C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안전·보건·환경(SHE) 서비스를 통해 제조현장 안전수준을 한층 강

기후/환경

+

기후파괴 앞장선 美...산업시설 탄소배출량 의무보고 폐지

"기후위기는 가짜"라며 반(反)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산업시설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를 폐지했다. 중국 다음으로

산불지역 '산사태' 위험성 2시간전 파악하는 예측기술 개발

산불지역이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여부를 2시간 30분 이전에 파악할 수 있는 예측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10일 한국지질자원연구

기후솔루션 "NDC 수립시 지방정부도 참여시켜야"

우리나라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 참여가 사실상 배제돼 있어 기후대응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10일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기후정책 30가지'...기후싱크탱크 제안서 발간

차기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태국가 원리를 헌법에 반영하고, 기후시민의회 제도화를 통한 민주적 기후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과 아울러 기후경

'대기의 강'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피해 키웠다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오는 '대기의 강' 현상이 재작년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8일(현지시간) 톨가 괴륌(Tolga Görü

美주택보험료 8% 이상 오른다...잦은 재난과 관세 여파

미국 전역에서 극단적인 기후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는 데다, 올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폭탄으로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