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자살 유도하는 '단백질' 찾았다

차민주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8 12:00:02
  • -
  • +
  • 인쇄
유니스트 연구팀, 단백질 나노 복합체 개발
동물실험 통해 암 성장 억제하는 효과 확인
▲오른쪽부터 전희진 박사과정 연구원, 김은희 교수, 강세병 교수, 장은정 연구교수 (사진=유니스트)


암세포 자살을 유도해 사멸시키는 강력한 항암효능을 지닌 새로운 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김은희·강세병 교수팀은 세포 자살을 유도해 생물학적 항암제로 꼽히는 트레일(TRAIL:tumor necrosis factor-related apoptosis-inducing ligand) 단백질의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새로 개발된 단백질 복합체는 동물실험에서 암조직 성장을 억제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백질 복합체는 트레일 작용을 방해하는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신호경로'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EGF수용체 신호경로는 트레일과 반대로 세포에 생존·분열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EGF단백질이 EGF수용체와 결합하면 이 화학적 신호를 만들어내는데, 이번에 개발된 복합체의 인공단백질 성분이 성장인자를 제치고 EGF수용체와 결합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이 인공단백질(EGF수용체 어피바디 단백질)은 EGF수용체와 결합하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트레일 단백질을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암세포에 골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어피바디 단백질은 특정 표적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인공단백질로, 기존에 많이 알려진 항체보다 작지만 강한 결합력을 가지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트레일과 어피바디 단백질을 동시에 체내로 전달하기 위해 케이지 모양의 단백질(AaLS) 표면에 이 두 단백질을 고정시키는 방식을 썼다.

▲ 단백질 나노 복합체의 작용 원리 (그림자료=유니스트)

개발한 단백질 나노 복합체의 항암효과는 피부암 세포주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모두 확인됐다. 특히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게 이 단백질 나노 제제를 혈관 주사한 경우, 비교 집단과 달리 암 조직 성장이 크게 억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트레일 단백질 내성뿐만 아니라 트레일 단백질 자체의 낮은 암세포 결합친화성, 불안정성 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며 "EGF수용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특정 암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어피바디 단백질이 암조직 내 표적 침투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암세포를 이식한 쥐에 다양한 단백질 나노복합체를 주입해 봤을 때 복합체에 어피바디 단백질이 포함된 경우에만 쥐의 암 조직에서 강한 형광신호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연구에서 제시한 단백질 나노입자 기반 기술은 항암제뿐만 아니라 생체 내에서 다양한 신호조절인자 등을 제어하는 치료 기술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희진 박사과정 연구원, 김한솔 박사(현 인제대학교 조교수), 장은정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약물 전달 분야에서 세계적 학술지인 저널오브 컨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7월 12일자로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세포간 신호교신에 의한 암제어 연구센터), 유니스트, 울산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매출 9.5조 포스코이앤씨 면허취소?…사고많은 건설업계 '초비상'

연매출 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건설업계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창사 43년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중대재

LS그룹, 41년째 '무사고·무재해' 비결은?

LS가 2021년부터 ESG위원회를 지주회사 내에 출범시키며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위원회는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AI로 탄소배출 '폭등'…빅테크 '넷제로' 목표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이들이 공언해온 '넷제로' 목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기후

Z세대, 기업 ESG활동에 민감...67% "비싸도 ESG 실천기업 제품 구매"

Z세대는 개인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미닝아웃(가치소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ESG 경

네이버, 유럽 AI커머스 발판 마련...스페인 '왈라팝' 경영권 인수

네이버가 스페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의 지분 70.5%를 3억7700만유로(약 6045억원)에 인수하기로 5일 결정함에 따라 유럽의 AI 커머스 거점을 확

동원산업, 동원F&B 100% 자회사로 편입 완료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완료했다고 4일 밝혔다.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동원

기후/환경

+

"탄소 저장해드립니다"…노르웨이 'CCS' 사업에 33억불 투자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가 최근 북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 사업에 33억달러(약 4조5800억원)를 투입했다. 석유개

급류에 마을이 통째로 휩쓸려...히말라야 산간마을 '돌발홍수'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간마을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했다.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인

'괴물폭우' 예보됐는데…'띠모양 비구름대'로 기상 예측불허

'괴물폭우'가 내린다던 예보와 달리 서울 도심에는 새벽에 잠깐 강한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 반면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북부와 강원 지역에는 시간당 3

[르포]사과 5알에 1만6000원?...폭염·폭우에 과일·채솟값 '껑충'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치솟은 물가는 6일 뉴스트리 취재진이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마트에서도 고

'폭염↔폭우' 교차하는 이상기후...원인은 '해수온 상승탓'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이달 3일 광주와 전남, 경남 등 우리

"숲가꾸기 정책 개선해야"…전문가들 산림정책 전환 '한목소리'

국회에서 열린 산림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처럼 운영되는 숲가꾸기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