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년부터 방사성 오염수 130만톤 방류예정
일본이 내년 6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130만톤을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민 건강과 어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가운데 한국이 피해 당사국으로서 국제법을 활용해 오염수 방류를 중단해야 한다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주관으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와 국제법적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2023년 예정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시작에 불과하며,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정부의 강도높은 대응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던컨 커리 국제해양법 전문 변호사,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 송기호 국제통상법 전문 변호사, 이정수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정성기 수협중앙회 어촌양식지원부장 등이 참석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되는 방사성 핵연료 양은 3%에 지나지 않고, 고독성의 방사성 핵연료 97%가 아직 부지 내에 모여있다"며 "일본의 130만톤 방류 결정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현재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자로 3기에는 최대 1100톤의 핵연료가 남아있다. 540톤의 핵연료가 묻혀있는 체르노빌 원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과학적 진보를 감안하더라도 해당 핵연료를 처리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린다고 예견한 바 있다. 따라서 이보다 2배 이상의 핵연료가 남아 있는 후쿠시마 원전은 2023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엄청난 양의 오염수를 방류할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장 캠페이너는 "오염수에 포함돼있는 64가지 방사성 물질 가운데 일부는 해수면 밑에 침잠해 장기적으로 방사선을 내뿜고, 일부는 수소와 탄소와 결합해 생물체 내부로 들어가 뼈와 근육 등을 손상시키며 유전적 질병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과학자 패널을 별도 구성하여 오염수 방류 계획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고, 일본 정부를 양자 실무회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오염수 방류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향후 법적 논리와 근거를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어 발제를 맡은 던컨 커리 변호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주변국 해양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건으로 유엔해양법협약이 규정한 포괄적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06조는 '각국은 자국의 계획된 활동이 해양환경에 실질적인 오염이나 중대하고 해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해양환경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고 보고서를 송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일본은 포괄적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보고서를 한국 등 주변국과 공유해 예상 피해 범위를 인접국과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커리 변호사는 그럼에도 "일본이 제한적인 범위에서 오염수 방사선 영향 평가만 진행하고, 유엔해양법협약이 요구하는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은 해양 생태계 피해 영향 평가를 회피하겠다는 뜻"이라며 "환경영향평가를 거부할 경우 한국 정부가 오염수 방류 금지 잠정조치를 청구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발제를 맡은 최지현 교수는 "유엔해양법협약 제7 부속서의 관할권 규정에 따라 피해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건을 중재재판에 회부해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를 신청하고, 잠정조치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 교수는 "국제해양재판소가 잠정조치 청구를 받아들이면 심리가 완료될 때까지 오염수 방류가 금지된다"고 덧붙이며 '바다의 헌법' 유엔해양법협약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 국내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각계의 의견이 나왔다. 송기호 국제통상법 전문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2018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 일본과의 1심 소송에서 패한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며 "오염수 해양 방류를 용인하면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일본의 제소가 이어지고, 결국 우리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수 한국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입장은 명확할 것"이라며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곧 우리 식량 안보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정성기 수협중앙회 어촌관리부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우리나라 수산업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한편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27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 제66차 총회에서 "원전사고의 결과로 생긴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면서도 일본이 "오염수 처리 계획 전반을 객관적으로 철저히 검증해주기 바란다"는 제3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서 국제법적 대응을 공식 선언하고, 더 나아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주변국과 연대해 일본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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