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도 못 거른다…일상이 된 '녹조의 공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13 08:30:02
  • -
  • +
  • 인쇄
달성군 가정집 정수필터서 녹조 검출
"남세균 독소는 정수처리로 제어 불가"
▲녹조가 짙게 핀 매곡취수장 앞 낙동강. 이같은 물이 정수돼 수돗물로 공급된다.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에서 수돗물은 물론 가정집 정수필터에서도 녹조가 검출되면서 낙동강 녹조 독성물질이 일상에 만연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12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대구mbc와 2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대구상수도사업본부가 제공한 취수장 원수와 이를 정수한 수돗물에서 2번 모두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조사는 지난 7월 21일과 8월 8일 이뤄졌다. 8월 조사는 7월 조사에 비해 원수에서 5배가 높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강에 녹조가 심할수록 취수장에서 취수한 원수에서도 녹조 독소가 높게 나타나고, 그것을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소가 높게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또 대구mbc는 대구 달성군의 한 가정집으로부터 정수필터 녹조 의심 제보를 받아 부경대 연구팀과 함께 해당 가정집 수돗물 간이 정수필터의 녹색 물질이 녹조(남세균, 시아노박테리아)란 사실도 밝혀냈다. 즉 녹조는 수돗물에 상시적으로 들어있고 그것이 가정집 수돗물 정수 필터에 축적될 정도로 만연해있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남세균 안에 들어있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신경독성, 생식독성을 띠고 뇌질환까지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라며 "최근 경남 김해에서는 녹조물을 먹고 죽어가는 아기 고라니가 목격되기도 할 정도로 생체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이어 "이번 조사 결과로 기술만으로 녹조를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지난 5일 수돗물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응집제, 염소, 오존 투입량 등을 늘리는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녹조가 100% 걸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가 대구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대구시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녹조는 강이 흐르기만 하면 사라진다. 이것은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 확인된 사실이다"며 "대구시는 시민의 목숨과 안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고 밝혔다. 고도정수처리를 강화하는 일련의 기술적 노력보다 근본적으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녹조 자체의 발생을 막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전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4개 시민단체는 동인동 대구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시켰다. 지난 9월 대구시는 도심 하천인 금호강에 5400억원을 투입해 '금호강 르네상스'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일 오전 동인동 대구시청사에서 열린 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 (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금호강 르네상스' 본 사업에 앞서 대구시가 선도사업으로 바로 시작하겠다고 밝힌 사업들은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을 비롯해 수상 및 수변 레저공간과 물놀이장·샌드비치 조성 등이다.

이에 대해 공대위 측은 "자연에 대한 배려나 공존, 공생을 위한 비전이나 철학 이런 것들은 철저히 배제된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사업들로 가득하다"며 "실패한 4대강 사업을 답습해 낙동강도 모자라 이제 금호강까지 독성 녹조가 창궐하는 죽음의 강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도 '유심' 무상교체 시행...김영섭 대표는 연임포기

KT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피해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하고, 고객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교체를 희망하는 전 고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기후/환경

+

[단독]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률 '61%안'으로 가닥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가 '61%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4일 정부 안팎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