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신경독소…지하수까지 오염
낙동강 녹조 독소로 물과 공기에 이어 국민들의 밥상마저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4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녹조 독소로 낙동강 중상류 및 하류 일대의 농수산물에서 기준치 100배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3일 대구MBC 부산MBC 공동제작(시사)프로그램 '빅벙커'를 통해 방영된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제작진은 부경대와 경북대 연합 조사팀과 '낙동강 대표 먹거리에 대한 녹조 독소 검출 실험'을 단행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7월~9월 낙동강 중상류 및 하류 일대에서 민물 생선과 조개 등 어패류를 채취하고, 부산 및 경남 일대에서 재배되거나 유통되는 농산물을 수집해 진행됐다.
조사팀은 이 가운데 쌀, 옥수수, 고추, 오이,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등 국민들의 섭취량이 높은 '낙동강 대표 식품 13개'를 샘플링하고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과 아나톡신의 검출 실험을 진행했다. 낙동강에서 쌀이나 배추 등의 농산물 외에 민물고기나 조개 등 어패류에 대한 녹조 독소 검출 실험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 결과 13개 샘플 가운데 7개(빠가사리, 메기, 옥수수, 고추, 붕어즙, 상추,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특히 빠가사리에서는 1kg 당 20.23μg(마이크로그램), 메기는 5.26μg, 옥수수는 5.8μg가 검출됐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의 성인 기준치를 각각 3배, 1.2배, 3배 초과한 수치다.
참게와 오이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은 대신 신경독소인 '아나톡신'이 각각 1kg 당 4.69μg, 4.56μg이 검출됐다. 아나톡신은 현재 정해진 기준치가 없지만 간과 신장, 신경조직의 손상을 일으키는 신경독성 물질이다. 아나톡신이 검출된 오이의 경우 강물이 아닌 지하수로 재배한 것으로 낙동강 인근의 지하수까지 녹조 독소로 광범위하게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확인시켜 우려를 더했다.
현재 환경부는 수백 가지 녹조 독소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만을 먹는 물 감시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아나톡신을 비롯한 더 다양한 독소가 존재할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오하이오주 환경청은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실리드로스퍼몹신, 아나톡신-A, 삭시톡신까지 규제하고 있다.
빅벙커 제작진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가상의 낙동강 밥상을 차려본 결과 하루 평균 식품 섭취량을 기준으로 이 밥상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 총량은 6.12μg으로 산정됐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성인 남성(60㎏)의 간 손상 하루 허용량(2.4μg)의 3배 근접하는 양이고, OEHHA 간 독성 위험 수치(0.384μg)를 16배 초과하는 양이다.
심지어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의 생식기능 장애 위험 수치(0.06μg)에 견줬을 때 100배가 넘는 수치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로 쌀, 무, 배추에 이어 옥수수, 고추, 오이에서까지 녹조 독소가 검출됨으로써 다른 농작물 또한 녹조 독으로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고, 물고기까지 녹조 독으로 오염된 것이 밝혀짐으로써 국민 먹거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정부와 국회는 하루속히 취·양수장 구조개선 예산을 편성 심의해 낙동강을 흐를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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