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멈추자...대한민국 '디지털사회'가 멈췄다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2-10-17 14: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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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기초원칙 분산백업도 안 지켜
재발방지·피해보상 위한 제도점검 나서야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장애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초연결사회의 맹점인 '디지털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SK 데이터센터는 카카오와 네이버, SK 통신사 등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이번 화재로 네이버도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했지만 금세 복귀됐다. 그러나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가 17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정상화 시점도 특정하지 못할 정도로 모든 상황이 불투명하다.

두 회사의 이같은 차이는 서버의 분산과 이중화 시스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 곳의 서버가 천재지변이나 화재 등의 사고로 멈춰설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데 이런 대응체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이 데이터센터에 3만2000대의 서버를 두고 있었는데 이번 화재로 서버가 몽땅 셧다운 됐다. 475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는 물론이고, 카톡 기반의 서비스인 '쇼핑하기·선물하기·뉴스' 등의 콘텐츠가 모두 먹통이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톡 계정과 연동된 포털 다음과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결제), 카카오T(교통), 카카오내비(내비게이션), 카카오게임즈(게임), 카카오웹툰과 픽코마(웹툰), 멜론(음원), 지그재그(패션) 등이 모두 마비됐다. 이로 인해 카카오쇼핑 등에 입점해있는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엄청났다. 입점업체들의 매출은 30~40%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특정 플랫폼에 모든 서비스가 연동돼 있는 초연결사회의 '디지털 블랙아웃'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블랙아웃'은 전기가 끊겨 정전이 되듯이 네트워크가 끊겨 디지털 기기 작동이 멈추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치안, 의료, 교통 등 현대인의 생활 대부분은 각종 디지털 인프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디지털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 대규모 재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플랫폼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올 8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34개다. 카카오는 메신저 독점력을 기반으로 쇼핑, 결제, 금융, 골프, 연예기획, 미용, 암호화폐 등으로 거침없이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이를 기반으로 막대한 데이터와 자본을 확충하면서 사업분야를 더 방대하게 키워왔다.

문제는 몸집만 불리고 기초체력은 다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이번 사건으로 카카오가 데이터센터의 분산과 이원화 시스템이라는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카카오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데이터센터가 이중화돼 있지만 한 장소에 모두 뒀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화재가 발생한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둔 네이버의 경우 신속한 이원화 체계로 서비스 장애가 카카오만큼 전방위적으로 일어나지 않았고, 일부는 빨리 복구됐다. 네이버는 춘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에 메인 서버를 두고 있고, 일부 서버는 판교 등에 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서 네이버 서비스의 피해가 적었던 것도 주요 서비스의 이중화와 서비스 컴포넌트 분산 배치·백업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서버 구축 및 피해 보상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 16일 "코로나19로 우리 삶의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됐지만 관련 정책이나 규율은 이 속도를 뒤따르지 못했다"며 "온라인 플랫폼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의 안정성 문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야 모두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벼르고 있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를 계기로 국회는 2020년 민간 데이터센터를 정부 기준에 맞춘 보고나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 상임위까지 통과했지만 인터넷 기업들이 '과도한 이중규제'라고 반발하면서 법사위에서 폐기되고 말았다.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방송사업자 등으로 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시키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았다. 만약 당시 법안이 개정됐더라면 이번과 같은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0년 6월 9일 개정 이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는 정부 규제 아래 기본적인 전기통신 서비스를 위한 보편적 통신역무를 제공한 반면 카카오, 구글, 네이버와 같은 기업들은 서비스 안정성 의무 대상사업자로만 지정돼 있어 손실보존의 의무를 물을 만한 법적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17일 회의를 열어 최태원 SK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홍원택 카카오 대표, 이해진 네이버 GIO,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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