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이상 섬에서 탈출 시도…상당수 익사
아동·청소년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이 폐원된지 40년 만에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 내려졌다.
20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아동·청소년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에 대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아동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라며 "진실규명 신청인 중 김영배 외 166명은 선감학원 피수용 아동이었음이 확인돼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1945년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운영됐다. '부랑아 교화'를 명분으로 8∼18세 아동·청소년을 강제 입소시키고 노역·폭행·학대·고문 등으로 1982년 폐쇄될 때까지 40년동안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다.
2020년 12월 선감학원 피해자 190명은 국가 차원의 사과와 피해회복 대책 마련, 사망자 추모시설 건립 등을 요구하며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27일 조사를 개시한 뒤 1년 5개월간 관계부처 기록 검토와 진술조사·현장조사 등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26일부터 5일 동안 선감도에 있는 매장지에서 선감학원 수용자의 것으로 보이는 치아 68개와 단추 6개를 발견했다. 진실규명을 신청한 생존 피해자 중 다수가 이곳을 암매장지로 지목한 바 있다.
기존 선감학원 원아대장에는 사망자가 총 24명으로 기록돼 있었는데 진실화해위는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확보해 아동 피해 사망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원아대장에 기재된 4689명 중 17.8%인 824명은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확인된 암매장 유해와 800명 넘는 탈출아동 수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아동들이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어 상당수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유골 부식이 진행 중이고 원아대장의 사망자 수에 비해 봉분이 훨씬 많아 신속한 유해발굴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존한 피해자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신청인 중 9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1%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면증(35%), 악몽(30%), 신체적 통증(21%)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강제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신체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건"이라며 "1961년 제정돼 단속 근거가 된 '아동복리법' 제3조의 '부랑아'는 그 법률적 정의가 정확하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한 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단속주체였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에 인권유린의 총체적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회복을 위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유해발굴을 추가로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진실규명의 맥락에서 유해를 발굴하게 돼 있고 (그 외 유해발굴은)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법리적 근거를 가지고 지속적·체계적으로 발굴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해방 이후 부랑아 정책 일환으로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권침해사건"이라며 "집단수용시설인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 사건 등과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배 선감학원 피해자 대표는 "피해자들 나이가 많아 해마다 몇 분씩 돌아가신다. 이에 대해 (빠른 조치를) 부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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