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노후주택 수리비용 지원해
과천 방음터널 화재처럼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샌드위치패널' 불법시공을 단속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신청자에 한해 노후주택 수리비용을 보조해주고 있다. 서울시 성북구청 관계자는 "서울시는 매년 신청을 받아 노후주택 집수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줬다. 실제로 경기도에서는 '슬래브' 지붕에 샌드위치패널 소재로 증축하는데 드는 비용 2970만원 가운데 2000만원을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사례도 있다.
대부분의 노후주택들은 옥상의 고질적인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상을 샌드위치패널 소재로 슬래브 위에 지붕을 덮는 시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축법 시행령 2조에 따라 지자체에 증축신고를 하지 않고 옥상 위에 일정 높이 이상 시공하는 지붕은 모두 불법이다. 베란다에 '샌드위치패널'을 시공하는 것도 무단 증축에 해당하는 불법이다. 불법건축물은 철거대상이지만 시공사례가 워낙 광범위하고 많다보니 각 지자체들은 단속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들은 단속해야 할 불법건축물을 노후주택 수리비 명목으로 오히려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 한 관계자는 "노후주택 수리지원 여부를 심사하는 부서는 불법증축까지 감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불법증축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부서와 노후주택 수리비를 지원하는 부서가 달라서 이같은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붕 재료로 사용된 '샌드위치패널'이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번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번지면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방출한다. 특히 도금강판 사이에 스티로폼·우레탄 등의 단열재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패널'은 불이 나면 6~7분만에 전체 건물이 화염에 휩싸일 정도로 화재에 취약하다.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긴 평택과 이천 물류창고 화재나 대구 서문시장 화재가 모두 샌드위치패널이 화마를 키운 사례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21년 8월부터 가연성 샌드위치패널을 건축자재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주택들이 샌드위치패널로 베란다나 창고 등을 시공한 상태다. 우리나라 도심의 주택들은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 소재에 불이 붙으면 금방 주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옥상의 지붕(샌드위치패널)에 불이 붙으면 '액상 불덩이'로 변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내려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우려가 크고, 무게가 가벼운 탓에 강풍이 불면 도로 위로 떨어져 위험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연소시 나무로 된 건축자재보다 700~800배 많은 유독가스를 방출한다. 얼마전 과천 방음터널 화재사고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아크릴' 방음벽과 흡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소방분야 한 전문가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옥상 불법증축 문제는 심각하다"면서 "만약 화재 시 바람을 타고 불붙은 지붕조각이 날아간다면 주택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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