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어디가고 선인장만…온난화가 바꾼 알프스 풍경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2-14 08:50:02
  • -
  • +
  • 인쇄
외래종 부채선인장 무차별 확산
스위스 발레주 지역생태계 위협
▲지구온난화로 외래종 선인장이 증식해 스위스 발레주 등지를 뒤덮었다.(사진=피터 올리브 바움가르트너)

지구온난화로 스위스 알프스산맥 산비탈에 외래종인 선인장이 증식해 지역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스위스 발레주 퓰리(Fully)의 지자체는 부채선인장속에 속하는 종들이 발레주 일부지역에 번식하면서 자연보호구역을 잠식하고 생물다양성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겨울에는 눈, 여름에는 에델바이스 꽃에 뒤덮여 있던 발레주 산지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외래종 선인장에 뒤덮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건조하고 더운 기후를 좋아하는 이 외래종 식물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초원과 건조목초지를 침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알프스산맥 기후의 온난화로 식생 기간이 늘고 적설량이 줄어 곰팡이 증식도 활발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부채선인장은 적어도 18세기 후반부터 북미에서 발레에 수입된 종으로 현재 발레주 주도 시옹 주변 일대에서도 증식해 하층식생 면적의 23~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스위스 티치노와 그리슨, 이탈리아의 아우스타 계곡과 발텔리나를 포함한 인근 알프스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발레주 자연보호서비스에서 근무하는 얀 트리포네즈(Yann Triponez) 생물학자는 발레 일부 지역에서는 선인장이 이용가능한 표면의 1/3까지도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피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Peter Oliver Baumgartner) 지질학 교수는 "이 선인장 종은 건조한 환경을 선호하고 눈 덮인 환경을 좋아하지 않으나 영하 10도~영하 15도의 기온에서도 견딘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프스산맥은 낮은 고도에서의 적설량이 줄고 있다. 스위스연방기상청(Meteo Swiss)에 따르면 스위스 해발 800m 이하의 적설량은 1970년 이후로 절반으로 줄었다. 12일 네이처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눈이 알프스를 덮는 평균 기간이 기존보다 약 한 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세기 동안 전례 없는 상황이다.

스위스 평균기온도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더 빠르게 상승해 이미 1871~1900년 평균보다 2.4도 더 높아졌다. 바움가르트너 교수는 "스위스의 기온상승 곡선은 거의 북극만큼 가파르다"고 덧붙였다.

발레에 있는 부채선인장 9종이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토착종이 서식하는 해발 700m 이하의 양지바른 곳에 분포하며 바움가르트너 교수는 이중 4종이 지역생태계, 특히 계곡 남향 경사면의 1/3을 차지하는 중산성 토양지역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트리포네즈 생물학자에 따르면 발레는 스위스의 생물다양성 핫스팟 중 하나로 스위스 식물 약 3000종 가운데 2200여 종이 발레에 서식한다. 그는 "선인장은 토양을 뒤덮어 자리 잡은 지역에 다른 종이 자라질 못하게 막는다"며 당국에서도 선인장이 자연보호구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는 앞으로 몇 주 내에 선인장 뿌리뽑기운동(uprooting campaign)을 퓰리에서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리포네즈 생물학자는 당국이 선인장을 심는 주민과 관광객에게 선인장의 위협을 알리는 캠페인도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선인장의 증식을 막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채선인장 종은 번식력이 강하며 떨어지거나 밟혀도, 몇 달간 건조한 상태에 있거나 뿌리가 뽑혀도 빠르게 회복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시옹에서 뿌리뽑기운동이 일어났으나 이런 질긴 생명력으로 인해 부진하게 끝났으며 지난해 퓰리 지자체도 선인장을 뿌리째 뽑아 퇴비로 이용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선인장을 숲과 같은 습한 그늘지역에 두면 퇴비로 썩을 것이라는 판단과 달리 오히려 번성하고 뽑아간 대부분의 장소에서도 새로 자라고 있어 생물학자들은 선인장 박멸가능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움가르트너 교수는 "선인장 증식을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근절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았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