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왼손으로 혼자 식사도
왼손으로 식사를 하거나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했던 뇌졸중 환자가 전기 자극을 통해 9년 만에 혼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신경외과의 마르코 카포그로소 교수 연구팀은 목 뒤 척수에 전기 자극을 줘 뇌졸중으로 상반신이 마비됐던 환자 두 명이 운동 능력을 회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밝혔다. 앞서 척수에 전기 자극을 줘 하반신 마비 환자가 치료된 사례가 있었지만 같은 방법이 상반신 마비 환자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 중 한명인 헤더 렌둘릭(31)은 9년 전 22살일 때 11개월 동안 총 5번의 뇌졸중을 겪었고 이로 인해 왼팔이 마비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기능은 회복됐지만 여전히 포크를 사용하거나 주먹을 쥘 수 없었다. 뇌졸중은 전 세계에서 25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심각한 질병으로 환자 가운데 75%는 팔과 손의 운동 능력을 잃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어진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척수 전기 자극술을 적용했다. 스파게티 가닥처럼 얇은 금속 전극을 목 뒤 척수에 이식했고 손과 팔에는 근전도 센서를 달아 실제로 근육이 움직이는지 확인했다.
환자들은 4주 동안 전기 자극을 받으며 팔과 손의 기능과 근육 강도를 측정했다. 전극에 전류를 흘리자 환자들은 마비됐던 주먹을 쥐거나 필 수 있었고 팔을 머리 위로 쉽게 올릴 수 있었다. 악력도 40~108% 더 세졌다. 실제로 렌둘릭은 척수 전기 자극을 받고 손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스테이크를 잘라 9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치료를 받은 환자는 마비가 더 심했지만 속이 빈 캔을 집어 나무 기둥에 끼울 수 있을만큼 회복했다.
렌둘릭은 "다시 팔을 움직이는 게 정말 놀라운 느낌이었다"며 "남편과 엄마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카포그로소 교수는 "이번에 특정 척수 영역에 전기 자극을 주면 그동안 마비됐던 팔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흥미로운 점은 수주 간 전기 자극을 주면 나중에 별도의 자극 없이도 운동능력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었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아직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지만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피츠버그대 의대 재활의학과의 엘비라 피론디니 교수는 "뇌졸중 환자를 위해 효과적인 신경재활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뇌졸중은 후유증이 약한 경우조차 글을 쓰거나 음식을 먹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이 어려워져 환자를 사회에서 고립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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