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닥치게 되면 남극 빙상은 더 빠르게 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지구온난화로 엘니뇨가 더 심해지면 남극 빙상의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해수면 상승도 빨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라니냐는 지구를 시원하게 만드는 현상이지만 엘니뇨는 그 반대로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현상이다. 따라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폭염과 가뭄, 산불의 위험성이 더 증가하게 된다. 라니냐가 이어졌던 최근 4년동안에도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엘니뇨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지구온도는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엘니뇨의 규모는 더 커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올해 엘니뇨가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남반구를 둘러싼 바다는 다양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31개의 기후모델을 조사한 결과, 강한 엘니뇨가 대륙붕을 따라 불어오는 서풍을 약화시켜 지표면의 온난화 속도를 늦추면서 바다의 수온상승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극 빙상은 최대 약 3000만km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완전히 녹을 경우 수세기에 걸쳐 해수면을 70m까지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이상 상승하면서 서남극 빙상이 붕괴되고 있어 해수면이 4m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웬주 카이(Wenju Cai) CSIRO 수석 기후학자는 "더 강한 엘니뇨가 남극 대륙붕의 심해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해빙을 앞당긴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떠다니는 해빙 가장자리 주변의 온난화가 느려져 오히려 지표면 근처의 해빙은 녹는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더 강한 엘니뇨가 호주 동부에 더위와 가뭄, 산불을 일으키고 캘리포니아와 페루, 칠레에서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후재해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수를 가속화시키는 '이중고'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아리안 퓨리치(Ariaan Purich) 호주 모나시대학 지구대기환경학 박사는 "이 결과가 지구 기후시스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사하며 "엘니뇨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계속해서 이해하는 일은 기후연구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남극 대륙 주변의 해빙은 올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해 전문가들은 "전례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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