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정신건강 갉아먹는다...청년세대 '불안·무력감' 높아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4-07 15:32:23
  • -
  • +
  • 인쇄
무력감·불안감...청년 기후위기 체감 성인의 2배
기후우울증 데이터로 가시화해 정책·투자 늘려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청년들이 기후위기와 관련해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과 무력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기후위기를 정신건강과 연관지어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6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을 하루 앞둔 언론 브리핑에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우리 행성의 거주가능성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1950년부터 매년 '세계 보건의 날'에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보건 문제를 선정하고 있다. WHO 사무총장의 이날 브리핑은 지난 2022년 세계 보건의 날 주제였던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1년에도 WHO는 기후변화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보건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기후변화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서 동·식물 사이에서만 돌던 감염병이 좁혀진 터울을 뛰어넘고 인간에게까지 종간감염을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또 극심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해수면 상승이나 초강력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등을 유발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폭염으로 유럽에서 최소 1만5000명이 사망했고, 파키스탄은 이상기후로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면서 3300만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75번째를 맞은 세계 보건의 날 주제는 '모두를 위한 건강'이다. 전지구적인 기후위기로부터 비롯한 보건문제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모두에게 있지만 그 부담을 가장 크게 지는 것은 소외된 이들이다. WHO는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의 건강을 위해 분투하겠다는 의지다.

'모두를 위한 건강'은 WHO가 주관하는 영화제(HAFF·Health for All Film Festival)의 제목이기도 하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올해로 4번째를 맞이한 HAFF에는 106개국 800여명의 영화 제작자들이 기후위기, 코로나19, 정신건강, 말라리아, 장애, 기타 등 6개 부문의 단편영화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HAFF의 영화부문으로도 소개됐듯, 기후위기로 인해 가중된 보건위협 가운데 '정신건강' 부문을 가장 심각하게 소외된 부문으로 이야기한다. 2022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서 처음 국제적으로 공식화됐다. 일례로 폭염은 호르몬과 중추신경에도 변화를 일으켜 치매와 범죄율까지 증가시킨다. 이상기후와 재난 속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늘어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2009년 세계적인 의학지 란셋(The Lancet)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국제건강위원회 연구소의 공동논문에 따르면 21세기 국제 보건을 위협할 가장 큰 문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악화를 지목했다.

이제는 '환경불안증'(Eco-anxiety) 혹은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 등의 용어로 자리잡기 시작한 정신건강 문제는 환경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오는 만성적인 무력감, 식욕감퇴, 분노, 죄책감, 우울감을 가리킨다. 심한 경우 불면증이나 공황장애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청년 세대들이 이같은 기후불안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일 지 모른다는 불안감, 기후변화 기여도 가장 적음에도 가장 오랜 기간 피해를 직면해야 한다는 분노감, 그럼에도 참정권이 없어 사회적 담론에서 밀려나 있다는 무력감에 떨고 있는 것이다. 2019년 미국 심리학회(APA) 설문에 따르면 18~34세 성인의 47%가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8년부터 정치권이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가족을 꾸리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의 '출산파업' 운동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청소년기후행동이 주도한 '글로벌 기후파업' 현장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더는 '다음'을 상상하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쏟아져 나왔다. 202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낀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2%, 성인은 19%에 달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임팩트'(Economist Impact)는 "정신건강과 기후위기 2중의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목표와 시행정책이 시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기관이나 일부 단체에 의한 통계는 있지만, 국가 단위의 공식적인 통계기반이 없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 임팩트는 "통계를 통해 학자, 의사,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같은 문제를 가시화해야 문제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고, 문제의식이 고취돼야만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해 투자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박스피'에 속타는 기업들...축 처진 주가 살리기에 '안간힘'

주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이 휘청거리며 맥을 못추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높이기 등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빙그레, 내년 5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빙그레가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2025년 5월에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분할 후 지주회사는 신규사업투

SPC그룹, 연말 맞아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 진행

SPC그룹이 연말을 맞아 임직원들이 함께 물품을 기부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 '기부, GIVE(기브)해' 캠페인을 진행했다.22일 서울 양재동 'SPC1945' 사

'부당대출' 눈감아준 조병규 우리은행장 결국 연임 실패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결국 연임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어난다. 22일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노들섬 설치

화장품 빈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노들섬에 세워졌다.아모레퍼시픽재단은 '다시 보다, 희망의 빛 1332'라는 이름의 공병 트리를 만들어 노들섬

'플라스틱 제로' 선언해놓고...GS25 '초코바' 막대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제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던 GS25가 아이스크림 막대에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편의점 GS25는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와 손

기후/환경

+

'최악 스모그'에 파묻힌 인도 뉴델리..."기후변화로 대기질 더 악화"

인도 뉴델리가 학교까지 문을 닫을 정도로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원인은 기후변화에서 기인된 것으로 분석됐다.22일 인도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

[COP29] 1조달러 확보 결국 실패?...기후재원 '텅빈' 합의문 초안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1조달러의 신규 기후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결국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폐막 하루전 나온 '신

아제르바이잔, COP29.com 도메인 뺏기고 뒤늦게 접속차단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의 공식 웹사이트 주소가 'COP29.com'이 아닌 'COP29.az'가 된 배경에는 환경

거목이 뿌리째 뽑혔다…'폭탄 사이클론' 美서북부 강타

미국 서북부 지역이 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쑥대밭이 됐다. 시속 163㎞에 달하는 초강풍에 거리 곳곳에서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COP29] 관광도 NDC 포함되나...'관광분야 기후행동 강화 선언' 출범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시켜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제 이니셔티브가 추진된다.20일(현

"AI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코이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협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리우협약,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의 합의를 이뤄낸 기후변화대응협의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