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과 모유, 제대혈에서도 검출 "규제시급"
코팅 프라이팬을 비롯해 각종 조리기구와 가구에까지 쓰이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여성의 불임 위험성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과 싱가포르 KK 여성어린이병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혈중 과불화화합물(PFAS) 수치가 높은 여성은 1년 안에 임신과 출산에 성공할 확률이 4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18~45세 가임여성 1032명의 혈장에서 PFAS 농도에 따른 임신율을 분석한 결과, PFAS 수치가 평균보다 25% 높은 여성은 1년 이내에 임신할 가능성이 4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기간에 무사히 출산할 확률도 34% 더 낮았다.
연구팀은 체내 PFAS 물질이 한 가지만 있을 때보다 두 가지 이상일 때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짚었다. 연구는 조사대상인 여성의 나이, 교육, 흡연 여부, 이미 출산한 자녀 수를 고려했다.
약 1만4000여종에 달하는 PFAS는 물과 얼룩, 열에 견디도록 만드는데 쓰이며, 자연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조리기구 및 식품용기부터 의류, 가구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며, 암과 태아합병증, 간질환,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PFAS는 호르몬·난자 생산 및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PFAS는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발견되며 미국만 해도 인구 99%가 오염됐다. 연구팀은 오염 수준이 비교적 낮은 싱가포르에서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감소와의 상관관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PFAS를 규제하는 추세에 있다. 유럽연합(EU) 5개국은 지난 1월 PFAS 1만가지를 금지할 것을 제안했으며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 PFAS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은 일부 화학물질의 단계적 폐지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FAS는 신규 화학물질만 1만2000종류 이상 생산돼 연구팀은 PFAS 전체를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PFAS가 남성 생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상당히 연구됐으나 여성의 생식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두고 PFAS가 여성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수석저자인 네이선 코헨(Nathan Cohen)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 박사는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들은 PFAS의 유해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종류의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다마스키니 발비(Damaskini Valvi) 아이칸의대 조교수는 태반, 모유, 제대혈(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에서 PFAS가 검출되기도 했으며 전자간증(임신중독증), 신경발달지연 등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PFAS 노출을 예방하는 일이 여성과 자녀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수라고 권고했다.
그는 "PFAS 생산중단이 PFAS 오염을 완전히 피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개인 차원에서 PFAS 노출을 줄이려면 특수 정수필터를 사용하고 PFAS가 함유된 제품을 피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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