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책임·권한 명확히해 민간자금 유치해야
온실가스를 차단하는 일만큼 이미 진행된 기후위기로 빚어지는 재난들에 대해 '적응' 정책을 세우는 일이 중요한데, 법적 기반이 빈약해 정부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 주최로 열린 '기후적응 법제 강화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양대축인 '완화'와 '적응' 가운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적응' 정책의 중요성과 이를 뒷받침할 입법 보완책이 논의됐다.
임 의원은 개회사에서 "고향인 경북 상주는 샤인머스켓과 캠벨의 주산지인데, 40%가 냉해로 죽었다"며 "기후위기가 경제논리에 밀려서도 안되고, 기후위기가 곧 경제논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처럼 이미 벌어지는 피해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부실하다"고 짚으며 빠른 입법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제시한 최적 추정치를 보면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넘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IPCC 보고서는 향후 감염병, 홍수, 해안침식, 정신건강 등 기후위기로 시민들과 사회기반시설에 전반적인 피해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매우 강한 신뢰성'으로 평가하며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층위에서 사회 전반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피해양상을 연구·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데 엄청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될 예정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민간에서도 기후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에 완화 정책의 경우 감독기관-금융업-기업의 연쇄사슬을 통해 예산이 흘러들어가면서 변화가 일고 있지만, 적응 정책은 주체에 대한 법령이 모호해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강남 박창신 변호사는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완화' 정책의 경우 할당 몫을 이행하면 되는 반면 '적응' 정책은 올봄 전남 가뭄으로 산업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한 개 기초지자체나 광역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들의 정보가 한곳에 모여 관리되고, 수집된 정보를 기후대응과 관련해 통합적이고 다차원적으로 평가·분석할 수 있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완화 정책의 경우 관계부처장이나 지자체장이 중앙으로 정보를 보내 환경부가 온실가스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기본법이 강제하고 있지만, 적응에 관련해서는 정보를 줘야한다는 의무조항이 없어 환경부도 정보가 전무하다"고 짚었다. 그는 "기후대응기금도 용도를 규정해 '완화'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데 비해 '적응'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아 기획재정부가 재정을 타이트하게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적응에 예산을 쓸 수가 없는 것"이라며 "적응에 대한 별도법률을 만들어 구체화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채수미 연구위원은 환경부가 지자체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소관법에 의해 기후영향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지 6년째지만, 평가결과가 나와도 정책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 제정 이전에 적응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단서조항들이 정립되지 않으면 어떻게든 구색을 맞추기 위한 행정적 절차로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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