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했다' 35명, '대응하겠다' 29명 불과
우리나라 국회의원 대다수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의정활동에 기후위기를 반영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그린피스가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국회의원 대상 기후위기 인식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제21대 국회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101명이 응답했으며,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63명, 국민의힘 33명, 정의당 2명, 기본소득당·시대전환·무소속 의원 각각 1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응답자의 80.2%는 의정활동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경제위기'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99%에 달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RE100, 탄소국경세, ESG 공급망 실사 등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를 선택한 비중이 45%로 가장 많았고, 보건위기, 식량위기, 국내총생산(GDP) 손실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이 34%로 뒤를 이었다.
정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데 대해서는 73.3%가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또 기후위기가 불러올 주요 인권문제로 '미래세대의 생존권 위협'을 꼽은 국회의원은 53.2%에 달했고, '주거환경 열악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를 1순위로 놓은 비중은 34%로 뒤를 이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58.4%가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 및 법률 제정 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다수 의원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정활동에서 기후위기를 반영하는 비중은 매우 낮았다.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냐'는 주관식 문항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후위기 대응을 했다고 답변한 의원은 35명, 향후 대응활동을 하겠다고 응답한 의원은 29명에 불과했다. 대응 방식이 국회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인 '법제정 및 개정 활동'에 속하는 경우는 20.8%에 그쳤다.
이같은 설문결과에 대해 기후변화청년단체 '긱'(GEYK·Green Environment Youth Korea) 김선률 부대표는 "생명과 직결된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어떠한 법제나 정책보다 우선되어야 하는데 21대 국회에서 지난 2022년 발의된 기후변화 관련 법안의 상당수가 계류중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의원들이 국민의 생명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초적인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며 "국회가 청년을 비롯한 국민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에 힘써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그린피스를 비롯한 GEYK,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빅웨이브 등 청년환경단체 3곳은 국회 앞에서 국회의원의 무관심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검은색 물감이 온몸에 뚝뚝 떨어지는 지름 2.5m 크기 탄소 조형물을 짊어진 채 기후위기를 떠안게 된 부담과 고통을 표현했다.
청년들은 퍼포먼스 이후 국회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은 의견서를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탄소세법안, 풍력발전 특별법안 등 탈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법안의 통과, 탄소예산에 입각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탄소중립 이행 점검을 위한 국회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청년들과 함께 이번 퍼포먼스와 설문조사를 기획한 이선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지키려면 미래세대는 더 많은 탄소감축 부담을 지게되는 동시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며 "총선이 310일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국회는 청년세대를 비롯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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