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해저화산 폭발로 오존층 파괴된 듯
최근 남극에서 아르헨티나 크기의 해빙이 사라진 데 이어, 이번에는 오존구멍이 뚫리면서 이미 최저치를 기록한 남극해빙에 직격타를 날릴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들어 남극해 상공에 오존구멍이 뚫렸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기후변화연구소 마틴 저커 박사는 "남극해 상공에서 오존구멍은 통상 9월말 열려 10월에 가장 커지고, 11~12월에 닫히는 주기를 갖췄다"며 "확실히 8월에 열리는 건 매우 이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성층권(지표면 상공 10~50km)에 위치한 오존층은 태양이 내뿜는 자외선을 흡수한다. 매년 얇아졌다 두꺼워지는 주기를 반복하면서 너무 얇아지는 경우에는 구멍이 나기도 한다. 1989년 프레온가스 퇴출 이후 오존층은 회복세에 접어들어 2066년에 이르면 완전히 복구될 전망이다.
엘니뇨 진행 시기에는 오존구멍 크기가 예년보다 작은 편이다. 그런데 현재 엘니뇨가 진행중인데다 오존층이 회복세임에도 남극해 상공에는 이례적으로 빨리 오존구멍이 뚫린 것이다.
저커 박사의 연구팀을 비롯해 호주 기상청 소속 크리스 루카스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2년 남태평양 훙가통가 해저화산 분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때 화산폭발로 수증기가 지표면 150km 상공까지 치솟으면서 대기중 수증기 농도가 3배가량 급증했다. 이에 따라 성층권에 얼음구름이 형성됐고, 오존을 파괴하는 물질들이 얼음구름 주변으로 들러붙어 구멍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루카스 연구원은 "가장 오존구멍 크기가 빠르게 열렸던 건 2000년이었는데, 이번 오존구멍과 발전양상이 흡사하다"며 "수일내 빠르게 발달해 역대 관측된 오존구멍 가운데 가장 큰 크기로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남극해 상공에 오존구멍이 뚫리게 되면 남극이 더 많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게 되고, 해빙을 녹이는 열 에너지도 증가한다.
남극해빙 면적은 2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남극해빙은 1981~2010년 평균치보다 260만㎢ 감소했다. 이는 278만㎢로 세계에서 8번째로 넓은 아르헨티나 국토 면적에 맞먹는다.
이처럼 해빙이 사라지면 하얗게 덮여있던 남극해가 검푸른 물결을 드러내면서 빛 흡수량이 늘어나고, 얼음이 녹는 속도는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자외선 유입으로 해수온도가 변하면 '남반구 극진동(SAM)'에 따른 변수도 커진다. 현재 '양'(+)의 상태인 SAM은 남극 쪽으로 강력한 바람을 형성하면서 해빙들을 흐트려뜨리고 있다. 반대로 엘니뇨가 진행됨에 따라 SAM이 '음'(-)의 상태로 돌아서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해빙들이 더 따뜻한 북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저커 박사는 "이밖에도 훙가통가 해저화산 폭발로 온실가스가 분출했고, 급작스런 해수온도 상승도 유발해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기후변화처럼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효과는 아니지만, 추가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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