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들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 올해의 수상자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한 한국인 과학자가 선정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유머 과학잡지 '별난연구연보'(AIR)가 제33회 이그노벨상 수상자로 별난 변기를 만든 한국인 과학자 박승민 스탠퍼드대 박사를 선정했다. 한국인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이그노벨상은 AIR이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만든 상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특이하고 재밌는 발상에 기반하면서도 의미있는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9~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에 걸쳐 시상한다.
공중보건부문에서 수상한 박승민 박사가 개발한 '스마트 변기'는 사람의 대소변으로 건강상태를 분석하고 전염병 감염여부를 판별한다. 의료진단기기의 일종이다.
'스마트 변기'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진단검사지 등을 통해 대소변의 색과 양 등을 분석한 뒤 건강상태와 질병 유무를 진단한다. 이 연구는 2020년 '네이처 생체의공학'에 게재됐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급증 모니터링을 위한 스마트 화장실:수동 진단 및 공중보건'이란 주제의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박 박사는 수상 소감을 통해 스마트 변기의 기본 개념을 고안한 스탠퍼드대 샘 감비어 교수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비어 교수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해 병을 미리 예방한다는 '정밀 건강'의 개념을 주장해왔다. 이는 비행기 제트엔진에 센서를 달아 엔진상태를 상시 모니터링 하듯이 사람의 몸도 변기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는 개념이다.
다른 수상작들도 굉장히 기발하면서 괴상하다. 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은 거미의 사체를 집게처럼 활용하는 연구로 기계공학상을 받았다. 거미 다리는 안쪽으로 수축하는 굴곡근만 있고 다리를 펴기 위해서는 근육대신 체내 수압을 활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죽은 거미의 체내에 공기를 주입해 다리를 구부렸다 펼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실험에 사용된 늑대 거미 사체는 공기가 주입되자 살아있는 것처럼 다리를 쭉 폈고, 다시 공기를 빼자 안쪽으로 접히면서 아래에 있는 물체를 집었다. 연구진은 "거미가 자기 신체보다 1.3배 큰 물체까지 이동시킬 수 있어 다양한 생체기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양학상을 수상한 일본 메이지대학의 미야시타 호메이와 도쿄대학의 나카무라 히로미는 나트륨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기 자극으로 음식의 짠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젓가락을 개발했다.
이밖에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쓸 때, 알고 있는 개념을 잊어버리게 되는 데자뷰의 반대 현상인 '자메부'를 연구한 연구진도 있고, 사람의 양쪽 콧구멍에 같은 수의 코털이 있는지, 거꾸로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들의 정신활동은 어떤지를 연구한 연구진들도 있었다.
이그노벨상은 '가짜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14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시상했다. 재밌게도 수상자들은 10조달러짜리 가짜 짐바브웨 지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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