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R 압박 거세지는데 '탈석탄동맹' 미뤄
한국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원전, 탄소포집·저장(CCS), 저탄소수소와 같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솔루션 제시에는 기여했지만, 이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후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COP28 결과공유 대국민 포럼' 기자회견에서 외교부 김효은 기후변화대사는 "산유국을 끌어들이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데,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가 들어간 것은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는 '가교'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중요한데, 한국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많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김 대사는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등에 이어 한국을 포함한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이 속한 환경건전성그룹(EIG)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잇는 탄탄한 플레이어로서 활동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전, CCS, 저탄소수소 등 정부 주도 무탄소에너지(CFE) 구상이 산유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전세계 원전 발전용량을 3배 확대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는 등 재생에너지 이외의 에너지믹스를 다양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추진은 COP28 합의문에 담긴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와 모순된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아닌 무탄소전원인 원전을 늘릴 경우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무탄소를 추진하면서 '탈석탄동맹' 가입을 미룬 한국의 입장이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40년까지 석탄사용 중단을 목표로 하는 '탈석탄동맹'은 총 59개국이 참여중이고, 이번에 석탄발전 설비용량 3위인 미국을 비롯해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신규가입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김진 국장은 "이는 글로벌한 목표에 동참한다는 의미지 각국에 구체적인 의무가 바로 부여된 상황은 아니다"며 "보다 자세한 발전원별 비중은 전반적인 목표를 종합해 다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내년말부터 2년마다 모든 당사국은 온실가스 배출량·흡수량 등의 정보를 담은 '격년투명성보고서'(BTR)를 유엔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 이영석 기후변화정책관은 "2025년까지 BTR 제출이 의무화되면서 개별국에 대한 평가가 구체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라며 "각 당사국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중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대안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에 미진한 모습이다. 앞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COP28 결과공유 대국민 포럼' 환영사에서 "기후재원이 850억달러(약 110조2000억원)가 모금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기술산업이 과거 닷컴붐 시기보다 10배, 100배 크게 펼쳐질 전망"이라며 "하지만 이 거대한 대열에 녹색성장 종주국이었던 한국의 기업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탄소배출량 9위인 한국도 '손실과 피해기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공여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효은 대사는 "지난 1년간 국제사회가 준비위원회를 통해 손실과 피해기금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에 논의했는데 여기에 한국의 기획재정부도 참여했다"며 "한국도 얼마만큼의 자금을 언제 공여할지 범정부적으로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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