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속 병원균들이 미세플라스틱 속으로 숨어 폐수 처리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의 잉군 룬드 비쵸 박사가 이끄는 수의학부 연구팀은 기존 폐수 정화 처리로는 물속 미세플라스틱에 숨어 있는 여러 병원균을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공개했다.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량이 증가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생산·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하수를 통해 수질·해양 오염을 일으키며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인체 내부로 유입될 수 있다.
그런데 한 선행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에 형성되는 미생물 군집 '플라스틱스피어'(plasticsphere)에 병원균이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플라스틱스피어 속 병원균은 끈적한 미생물 생물막에 의해 폐수 처리 과정에도 제거되지 않아 보건과 환경에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폐수 속 플라스틱스피어에 있는 유전체를 분석해 병원균 군집의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고밀도 폴리에틸렌프로필렌(HDPE) 등 일상 생활에 흔히 쓰이는 세 종류를 선정했다.
연구 결과, 처리 과정을 거친 폐수 속 플라스틱스피어에서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대장균, 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식품 매개 병원성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연구팀은 처리 전 폐수와 처리 폐수 양쪽에서 폐렴균인 클렙시엘라 뉴모니아와 아시네토박터를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폐수 속에 있던 균을 처리 후에도 증식시킬 수 있었다"며 "플라스틱스피어가 병원균을 폐수 처리 과정으로부터 보호하고 이후 서식처로 작용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 폐수 처리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폐수 속 플라스틱스피어가 병원균 서식 및 확산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스피어가 병원균 확산에 환경, 보건이나 물 재사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폐수 속 미세플라스틱과 병원균을 제거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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