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암각화'도 기후위기로 사라지고 있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1-11-17 11:52:05
  • -
  • +
  • 인쇄
침식과 산불, 사이클론 등 이상기후로 파괴
고고학자들 "단기적 넷제로 반드시 단행해야"
▲기후위기로 소실된 위험에 처해있는 호주 아른헴 랜드의 마닐라카르 사유지에 위치한 암각화 (사진=캔버라 고고학회 홈페이지)


수 만년을 버티고 있던 고대 암각화들이 기후위기로 불과 수 년 사이에 사라지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학 주최로 16일(현지시간) 제6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른 대응방법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데릴 웨슬리 플린더스대학 고고학자 박사는 최근 사이클론을 포함한 이상기후로 암각화 파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웨슬리 박사는 지난 56년동안 암각화 변화를 기록해왔던 인물이다.

올 8월 공개된 IPCC 보고서는 지구기온이 1.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부에서의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고대 암각화의 훼손도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슬리 박사는 2006년 호주의 아른헴 랜드를 강타한 사이클론 '모니카'가 일으킨 파괴를 언급했다. 당시 모니카는 너비 50km에 달하는 숲의 절반을 파괴하면서 암각화도 훼손시켰다. 이 후 산불이 발생하면서 모니카가 휩쓸고 지나간 잔해까지 모두 태워버렸다. 암각화는 대부분 물을 많이 빨아들이는 사암에 그려져 있어 산불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산불로 인한 열이 물을 팽창시켜 암석을 폭발시키면 그대로 사라진 것이다.

질리언 헌틀리 그리피스대학 고고학자는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소금 결정이 팽창하고 수축하면서, 고대 암각화가 새겨진 암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헌틀리 박사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암각화를 전공한 인물로, 호주 북부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는 오스트랄라시아 몬순 지대에서 암각화를 연구하고 있다. 헌틀리 박사는 소금으로 인한 이러한 영향이 호주 최상단 지역과 호주 서부의 필바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사는 기후변화로 결정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열대 지방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해안침식, 화재, 홍수, 사이클론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고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이로 인해 이미 암각화 보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헌틀리 박사에 따르면 열대지방의 체감 기온상승은 전세계 대비 3배나 빠르다. 그는 "2.4℃의 온난화는 열대지방에서 6℃의 온난화가 될 것"이라며 "이는 반드시 큰 재앙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IPCC 보고서가 오히려 보수적"이라며 "반드시 과감하고 단기적인 배출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니아 코타르바 플린더스대학 고고학자는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과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인간은 수 천년동안 환경문제, 기후 및 자연재해에 대처해 왔지만 현재의 변화속도와 심각성은 긴급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고학 및 역사연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공동체의 사례를 발굴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브라질, COP30 앞두고 '열대우림 보전기금' 출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열대우림 보전 주도에 나선다.6일(현지시간) COP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지도자 기후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기후/환경

+

강수량 600㎜·풍속 220㎞ '괴물태풍'...'갈매기'에 베트남 쑥대밭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에서 최소 323명의 사망·실종자를 내고 베트남까지 휩쓸고 있다.7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과 관영 베트남

기후변화로 사하라 사막 초원되나?…"21세기말 강수량 75% 는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사하라 사막 강수량이 2100년에는 2배에 달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일리노이 시카고대학(UIC) 연구팀이 21세

"NDC 60%는 실현 가능...50~53%는 탄소중립과 불일치"

정부가 제시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가운데 60% 감축안만이 2050년 탄소중립과 정합하며 실현 가능한 경로라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중국 에너지 전환 속도내지만..탄소배출 정점 더 늦어져

중국의 탄소배출 정점이 당초 예상했던 2030년 이전보다 늦은 2030년대 초반에 찍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6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국제 에너지&

HSBC, 석유·가스 감축 '속도조절'…'2050 탄소중립' 그대로

HSBC가 석유·가스 등 고배출 산업에 대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장기 목표만 유지하기로 했다.6일(현지시간) HSBC는 공

기후위기 속 맥주의 생존법… 칼스버그 ‘열에도 강한 보리 유전자’ 발견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Carlsberg)가 기후변화에도 견디는 '내열(耐熱) 보리 유전자'를 발견했다.6일(현지시간) 칼스버그연구소는 "보리 유전체에서 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