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면서 야생화를 함께 심었더니 꿀벌 개체수가 4배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연구진은 야생화가 심어진 태양광 공원에 서식하는 벌의 개체수가 잔디밭에 있는 벌의 개체수보다 4배 많다는 사실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하고, 태양광 공원이 야생동물 특히 호박벌의 번식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3일(현지시간) 생태학회(Ecology Across Borders)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태양광 공원 소유주들에게 태양전지판 설치와 함께 야생화 파종을 장려할 경우 공원이 수분 매개자들의 귀중한 서식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런 방식으로 잘 관리하면 공원부지뿐 아니라 주변 약 1km 떨어진 곳까지도 호박벌 개체수가 증가해 농작물을 수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봤다. 이는 농부들의 수익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는 이미 1만4000헥타르(3만5000에이커)의 공원에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약 9만헥타르 규모의 공원에 태양전지판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설치된 태양전지판들이 공원의 미관을 해치고 비옥한 땅을 황폐하게 만들며, 자연을 훼손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태양전지판이 겉모습과 달리, 수분 매개자들의 서식지 조성에 많은 이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공원 건설에는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한데, 이 중 태양전지판 및 기타 기반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면적의 5%에 불과하다. 나머지 넓은 부지에 호박벌 서식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태양광 공원이 조성된 지역들은 대체로 호박벌의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따라서 공원에 야생화 등을 심어 서식지를 조성하면 호박벌에게 가장 필요한 자원을 공급할 수 있다.
홀리 블레이드 랭커스터대학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최초로 태양광 공원이 수분 매개자들의 보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정량적 증거를 제공했다"면서 "따라서 태양광 공원 내 식물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공원을 호박벌 서식지로 조성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측에서 농업보조금 시스템 등을 활용해 태양광 공원 소유주들로 하여금 공원부지를 잔디밭이 아닌 목초지로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잔디밭을 조성할 때 필요한 잔디깎기 및 기타 개입을 줄여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영국 태양광 공원의 소유 및 관리는 대부분 소유주들이 단기계약(일반적으로 2년)으로 외부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정부가 이런 현실을 잘 감안해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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