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플라스틱' 막는 기발한 장비들...한번에 350kg 수거하는 로봇도 등장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1-13 12:21:22
  • -
  • +
  • 인쇄
거품장벽으로 바다 유입 쓰레기 막는 기술부터
갈퀴로 쓰레기 수거하는 바지선 등 종류도 다양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해 80만~270만톤에 달한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90%가 10개의 강을 통해 운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나일강과 니제르강 그리고 아시아의 갠지스강, 인더스강, 황하, 양쯔강, 하이허강, 진주강, 메콩강, 아무르강이다.

세계청정해류연합(Clean Currents Coalition)의 몰리 모스 UC산타바바라의 베니오프해양연구소(Benioff Ocean Initiative) 연구원은 "제대로 된 쓰레기 처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지역에서 쓰레기를 바로 강에 버리기 때문"이라며 "땅위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도 비나 바람에 의해 강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바다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일단 바다로 유입되면 처리하기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외래유입종의 거처가 되고,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섬같은 플라스틱스피어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2040년까지 7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한 연구에 따르면 장벽이나 정화장치를 적극 활용하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상당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최근 그물과 뗏목(boom), 컨베이어벨트, 로봇 등 하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도달하기전에 수거하는 기술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어, 이 가운데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개발한 '그레이트 버블베리어'(The Great Bubble Barrier)가 대표적이다. 쓰레기 수거시스템인 '그레이트 버블베리어'는 일종의 거품장벽을 생성해 플라스틱이 흘러가지 않도록 막는다. 물고기와 다른 야생동물은 다치지 않고 지나가게 하는 기술이다. 이 거품장벽의 범위는 강이나 운하의 전체 폭을 아우르기 때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새나가는 것을 막는다.

이 장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고, 올여름 포르투칼 포르토의 두로강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메일스트롬(Maelstrom:해양쓰레기의 지속가능한 제거관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된 이 장치는 쓰레기가 바다에 도달하기 전에 제거·처리하는 지속가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레이트버블베리어 도식도 (사진=그레이트버블베리어 유튜브 캡처)

미국 볼티모어 항구에 설치된 '이너하버 워터휠'(Inner Harbor Water Wheel)도 눈길을 끄는 쓰레기 수거장치다. 공식명칭이 '미스터 트래시휠'(Mr. Trash Wheel)로 불리는 이 장치는 바지선 형태다.

갈퀴가 물속에 있는 쓰레기를 긁어모아 컨베이어벨트로 올린다. 이 컨베이어벨트는 해류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작동시킨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바지선에 옮겨진 쓰레기들은 나중에 발전소로 운반돼 소각된다. 이 장치는 하루 17톤 이상의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 

▲미국 볼티모어 항구에서 쓰레기를 수거 중인 미스터 트래시휠 (사진=미스터트래시휠 트위터)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이 개발한 떠다니는 태양열동력장치 '인터셉터'(Interceptor)도 있다. 인터셉터는 해양 플라스틱을 제거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확장 가능한 솔루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치는 트래시휠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더 크다. 차단막을 이용해 쓰레기를 컨베이어벨트로 유도하고, 수거된 쓰레기는 5개의 통에 분배된다. 거의 모든 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 장치는 하루에 최대 80톤의 플라스틱을 수거할 수 있고, 수거된 플라스틱은 조각으로 가공해 재활용된다.

▲말레이시아 클랑강에 설치된 인터셉터는 하루 80톤의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태양열동력장치다. (사진=오션클린업 홈페이지)


독일 인공지능연구센터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한번에 최대 350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아쿠아로봇 '웨이스트샤크'도 있다. 전력으로 움직이는 이 장치는 스스로 도킹 스테이션을 오가며, 최대 5대의 쌍동선 모양 선박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관할 수 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랜마린(RanMarine)이 개발한 이 장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서 전시됐다.

아직까지 이 장치는 비용상 일부 도시와 마을에서만 구현 가능하지만, 이 비용도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비용보다 훨씬 경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상용화를 하기에는 하천의 물리적 특성, 폐기물 양, 계절변화, 생태학, 동력원, 인력 가용성, 보안, 보트 교통 및 자금지원 등 아직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새로운 기반시설을 지을 때 건설허가 및 지역주민들의 지원을 받는 일도 쉽지 않다.

▲독일 인공지능연구센터의 알고리즘을 사용해 한번에 최대 350kg의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웨이스트샤크 아쿠아드론 (사진=웨이스트샤크 홈페이지)


현재 플라스틱 쓰레기는 공식적으로 각국의 수질 오염물질로 지정돼 있지 않아 수거에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 또 강이 여러나라에 걸쳐 있는 경우는 수거책임도 불분명하다.

몰리 모스 연구원은 "강은 저마다 수심과 너비, 흐름, 계절성 요인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적용가능한 해결책은 없다"면서 "미국 미시시피강처럼 1년 내내 흐르는 거대한 강에서 통하는 해결책이 멕시코의 티후아나강처럼 작고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강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포르토비에호 강의 경우는 우기와 건기의 수심 차이가 통상 2미터이지만, 실제로는 며칠 사이에 무려 4미터씩 변동되면서 베리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모스는 "가장 성공적인 해결책은 수동으로 폐기물을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현지에서 제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제비영리단체 와일드코스트(Wildcoast)가 티후아나강의 지류인 로스로렐레스캐니언(Los Laureles Canyon)에 설치한 '브루트 뗏목'이다. 이중벽으로 된 부유물이 강을 가로질러 뻗어있으며, 뗏목은 수심변화에 따라 움직일 수 있고, 뗏목에 매달린 철망이 플라스틱을 걸러낸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보고에 따르면 이 방식을 이용해 강 하류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테라사이클(TerraCycle)의 리버트랩(river traps)도 방콕의 운하에서 하루 최대 2.5톤의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 플라스틱피셔(Plastic Fischer)는 저비용으로 현지에서 제조한 트래시붐스(TrashBooms)를 인도네시아와 인도, 베트남의 수로에 설치했다.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생산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만 해도 플라스틱 출하량이 전년에 비해 2.2% 늘었다. 플라스틱을 계속 생산하고 폐기하려면 그만큼 플라스틱 관리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국가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KT "고객보호조치에 총력…펨토셀 관리체계 대폭 강화"

KT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서버가 감염된 것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서 드러나자, KT는 "네트워크 안전 확보와 고객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KT, 서버 43대 해킹 알고도 '은폐'…펨토셀 관리체계도 '부실'

KT가 43대의 서버가 'BPF도어' 등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이를 은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KT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6일 정부

KCC글라스, 국내 최초 '조류 충돌 방지' 유리 출시

KCC글라스가 국내 최초로 조류충돌 방지기능을 갖춘 유리 '세이버즈(SAVIRDS)'를 출시했다고 6일 밝혔다.세이버즈는 특수 '샌드블라스팅(Sand Blasting)' 기법

KCC·HD현대, 수용성 선박도료 기술 공동개발

KCC가 HD현대 조선4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와 손잡고 수용성 선박용 도료 기술을 공동개발했다고 6일 밝

기후/환경

+

"자연자본 공시...기후대응 위한 기업·정부 공동의 과제"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3에서는 자연기반 금

"녹색경제로 이행가려면 정책·기술·금융이 함께 움직여야"

6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서울 파르나스에서 '녹색금융 시장의 확대와 다변화'를 주제로 열린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세션2에서는 정책·기

동남아 '끈적' 중앙아시아 '건조'…亞 지역별 폭염 양상 다르다

최근 10년간 아시아 대륙에서 발생하는 폭염이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윤진호 교

"혼합금융·전환금융...점점 다변화되는 녹색금융 시장"

국제 전문가들이 "녹색국가를 이루려면 녹색금융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투자의 목적, 방향, 결과 및 영향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이것이 실무로

"범위로 할꺼면 목표는 왜 설정?"...정부 성토장된 '2035 NDC' 공청회

11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기 위한 6일 열린 마지막 공청회에서 감축률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NDC를

EU,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 합의…2년마다 목표 재평가

유럽연합(EU)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90% 감축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EU 27개국 환경장관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20시간 넘게 이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