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초창기 '하데스대'에서 형성된 귀한 광물
태초에 지구표면은 여러 개의 판으로 이뤄졌다는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을 입증할 증거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지질학자인 나자 드라본(Nadja Drabon)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8년 남아프리카의 바버튼 그린스톤 벨트(Barberton Greenstone Belt)에서 발견한 33개의 '지르콘' 결정체를 분석한 결과, 약 41억5000만년 전에서 33억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21일(현지시간) 'AGU어드밴스지(AGU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지르콘'은 지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물이지만 지층의 나이를 알 수 있는 결정체다. 연구팀이 남아프리카에서 발견한 지르콘 결정체는 '하데스대'(hadean eon)의 것으로, 매우 희귀한 광물이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딱 12군데, 각 장소에서 3개 이하로 발견됐다.
'하데스대'는 약 45억년전 지구의 생성초기부터 약 38억년 전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초창기 지구의 상태는 지옥과 같다는 의미에서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그리스 신화의 신 '하데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나자 드라본 교수는 "하데스 지구는 거대한 미스터리 상자"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체는 바로 이 하데스대에서 형성된 것으로, 이는 '판 구조론'의 핵심인 섭입의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원시지구에서부터 존재한 이 희귀한 광물이 판 구조론이 시작된 시기를 나타내는 새로운 단서"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판 구조론의 증거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지르콘들을 분석한 결과 36억~38억년 전 전세계 여러 지역에서 안정적인 '원피층(protocrust)'이 섭입과 매우 흡사한 과정을 거쳐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판이 처음 이동하기 시작한 시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원피층은 지구 생성초기 6억년동안 안정돼 있던 맨틀이 다시 녹으면서 발생한 원시지구의 표층을 말한다. 섭입(攝入)은 지구의 지각이 서로 충돌해 한쪽이 다른 쪽의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지각은 여러 조각으로 나뉜 단단한 판으로, 대류하는 맨틀층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지구의 핵에서 나오는 열이 이 지각을 움직이며 화산, 지진 그리고 산맥의 융기를 일으킨다.
과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지구는 약 40억년 전에서 불과 8억년 전 사이에 현대의 지각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초기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했다. 하데스대에서 남은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지르콘 결정체가 그 증거가 됐다.
연구진은 "그린스톤 벨트 지르콘에 보존된 하프늄 동위원소와 미량원소는 결정화 당시 지구 상태에 대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38억년 전 지르콘은 현대의 섭입과 유사한 압력과 용융을 거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당시 지각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드라본 교수는 "38억년에 걸쳐 지각이 불안정해지고 새로운 암석이 형성되면서 지구화학적 특징이 현대 판 구조론과 유사해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판 구조론은 약 38억년에서 36억년 전 지구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 결과 지구적 변화가 시작됐을 것으로 봤다.
이어 드라본 교수는 "지금까지 관측된 행성 가운데 판 구조론이 관찰된 행성은 지구가 유일하며, 판 구조론이 행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게 만드는 필수조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판 구조론'은 지구의 대기와 표면을 형성한다. 판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화산가스와 생성되는 규산염 암석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온변화를 일으킨다. 드라본 교수는 이를 "일종의 온도조절기"라고 비유하며 "지각 형성 및 재순환이 없었다면 지구는 펄펄 끓는 상태와 얼어붙는 상태를 오르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지구에 대한 기록은 매우 적지만, 지구의 여러 장소에서 비슷한 변화가 관측되면서 지각변동이 전지구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지구에서 일종의 재편성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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