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마련해야 할 정부, 되레 기업에 지원
3월 21일 '세계 산림의 날'을 맞아 생태계 파괴와 온실가스 배출,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팜유 사용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기후솔루션 회원들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팜유 사용중단과 관련 정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팜유가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긴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기후솔루션은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대규모 재배하면서 한국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파괴돼 생물다양성이 사라지고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며 "여기에 토지강탈까지 이뤄지면서 토착민의 생계와 문화도 빼앗고 있다"며 사용중단을 촉구했다.
팜유는 보존과 가공이 쉬워 식품과 화장품, 세제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최근 바이오연료로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팜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 사용중단에 합의하고 공급망 실사와 산림벌채 상품 규제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팜유 확대를 용인하고 있어 기후솔루션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2012년부터 팜유 수입이 증가한 원인이 기업이 친환경을 빌미로 바이오연료 사용을 확대하고 있고, 정부가 이를 용인해준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바이오연료용 인도네시아산 팜유 수입량은 10배 증가했다. 팜유가 산림파괴·인권침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정부는 2020년까지 기업들에게 총 800억원 이상의 팜유 융자를 지원해왔다.
기업들도 팜유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거나 '자발적 인증제'로 친환경을 주장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식품·생활용품·바이오연료 주요 기업에 질의한 결과 인권·환경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팜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일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2년부터 축구장 3만7000개 면적의 숲을 파괴해 국제적 비판을 받았으나 뒤늦게 'RSPO(지속가능 팜유산업 협의체)' 팜유 인증을 획득해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RSPO는 업계가 주도하는 인증제라 지속가능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유럽의 사례를 참고삼아 우리 정부도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 △산림파괴 상품 규제 △바이오연료 지속가능성을 도입 △산림파괴 사업에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기업은 인권환경실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팜유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3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분별한 양적 확대 정책으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로 잘못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연구원은 "특히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바이오연료 확대 계획은 문제가 되는 원료를 제외하고 청정에너지를 지원하는 지속가능성 인정기준이 빠져있다"며 "산림파괴 지원국이라는 오명이 국제사회에 굳혀지기전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가짜 재생에너지와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는 "RSPO 인증을 받기 위해 기업이 고용하는 감사기관은 감사대상인 기업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게 되어 수많은 인권, 환경 문제에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RSPO 인증이 지속가능한 팜유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일침했다. 이에 "기업은 인증제에 의존하면 안되며, 자사의 공급망 전반에서 책임을 지고 실사를 이행하게 하는 인권환경실사법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정 변호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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