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일본 등 동아시아도 영향권
전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고 최대 7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례없는 '물폭탄' 장마의 원인으로 '대기의 강' 현상이 지목되고 있다.
17일 기상청과 중앙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남북-충청-경북 지역 곳곳에 누적 강우량 500~600㎜를 기록하고, 곳곳에서 인명피해와 산사태, 침수 등 재산피해가 속출할 만큼 많은 비가 쏟아진 원인으로 '대기의 강' 현상이 꼽혔다.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은 대기중에 농축된 수증기가 하늘의 좁은 통로를 따라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현상으로 주로 미국과 서유럽 서쪽 해안지역에 상륙해 종종 대홍수를 일으킨다. 실제로 올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대기의 강으로 인한 잦은 폭우와 폭설로 산악마을이 눈에 묻히거나 홍수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다. 겨울철 누적강수량이 수영장 4300만개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동아시아에는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대기의 강이 자주 출현하는데 6월에는 중국 동남부 지역과 일본 남쪽 해상에서 대기의 강 빈도가 높아졌다가 7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 북쪽으로 확장해 한반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다.
여름철 강한 강수의 61%가 대기의 강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20년 54일이나 이어진 가장 긴 장마와 지난해 8월 강남을 침수시켰던 집중호우도 대기의 강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한반도에 형성된 대기의 강은 차고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서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좁고 긴 띠가 만들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5일간 충청권과 전라권, 경북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대기의 강이 형성돼 시간당 80~100㎜의 강한 비를 뿌렸고, 이번주 중반까지도 한반도 남부와 중부를 오르내리며 최대 200~300㎜의 비를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오전까지 충청권에는 100~200㎜ 더 내리고, 남해안 일대와 제주 산지에는 각각 400㎜, 500㎜ 이상의 장맛비가 예보됐다.
문제는 기후위기로 대기의 강이 점점 더 위협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서 약하게 나타나던 현상이 기후변화로 지구온도가 심해지면서 갈수록 세력이 커지고 피해지역도 광범위해지고 있다.
허창회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7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지구 전체 기온이 높아지면서 대기중 수증기량이 증가할 수 있다"며 "더 많은 수증기가 대기의 강을 타고 움직이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비나 눈을 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에 내린 폭우로 총 40명이 숨지고 34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앞으로 200~300mm의 강한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전망돼 '대기의 강'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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